“다시는 전쟁 하지 마라” 송신도 할머니 아픈 눈물
다큐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잠잠해졌다. 사람들은 바쁜 일상에 아픈 역사를 돌이킬 틈이 없고, 위정자들은 양국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 덮어두자고 한다. 하지만 당사자의 아픔과 우리 역사의 생채기는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다. 더욱이 가해자가 여전히 오리발을 내미는 상황에선.
재일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눈물겨운 재판 투쟁 기록 온몸 칼자국·문신 생채기
2007년 일본 개봉 반성 물결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우리의 안일한 생각에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민족의 아픔과 한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임을 다시금 일러준다. 재일 일본군 위안부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송신도(87) 할머니의 삶을 통해. 송 할머니는 1922년 충남에서 태어났다. 16살에 일본군에 끌려간 그는 중국 중부 무창의 한 위안소에서 숱한 ‘위안’을 강요당했다. 조금이라도 거부할 땐 여지없이 구타가 따라왔다. 옆구리와 넓적다리에 남은 칼 자국, 팔에 새겨진 가네코(金子)라는 이름 문신은 아픈 과거를 그대로 보여준다. 여러 번 임신 끝에 두 아이를 낳았지만, 키울 수 없는 처지라 남모르는 중국인 손에 맡겨야 했다.
이런 할머니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것은 일본의 양심적 시민들이었다. 1992년 위안부 동원에 일본군이 관여됐음을 입증하는 정부 문서가 발견된다. 이에 일본의 4개 시민단체는 위안부 정보를 모으기 위해 ‘위안부 110번’이란 핫라인을 개설했다. 이때 익명의 제보로 미야기현에 사는 송 할머니가 마침내 세상에 드러난다. 이후 시민단체들은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을 결성하고 송 할머니와 함께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재판 투쟁에 나선다. 영화는 할머니의 과거와 함께 재판 과정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영화의 최루성은 무섭다. 지난 11일 열린 언론 시사회 참석자들은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할머니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눈물 뒤에는 같은 민족으로서 느끼는 슬픔과 고통이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일본에 대한 분노의 감정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재판에는 졌지만,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할머니의 말은 위안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을 알리는 경종이자 함께 싸워나가자는 독려의 메시지다.
영화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송 할머니는 자신의 상처를 넘어 모든 사람들의 평화를 얘기한다. “두 번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마라”는 그의 외침은 참전했던 일본 군인과 위안부 모두가 사실은 피해자였다는 강조다. 일본을 호통치던 그의 목소리가 일본 전역을 감동시킨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영화는 2007년 8월 개봉 뒤 일본 80곳에서 상영됐고, 관람자들은 “전쟁은 안 된다” “책임을 피하려는 일본 정부와 과감히 맞서야 한다”는 등의 소감을 남겼다.
주체할 수 없이 가슴이 아리고 뜨거운 눈물이 쉼없이 흐르지만, 아픔을 추슬러 희망과 즐거움으로 바꿀 수 있는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송 할머니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희망을 읽는다. 피해 증언 집회와 재판 등에서 날카롭고 거침없이 일본의 잘못을 지적하는 입담과 좌중의 혼을 빼는 구수한 노래 솜씨, 사람들을 껴안는 몸짓 등에서 관객들은 자기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가는 할머니를 발견한다.
애초 영화는 대중 상영을 전제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은 할머니와 함께했던 수많은 강연과 집회를 내부적으로 정리하려는 차원에서 안해룡 감독에게 작업을 부탁했다. 건네받은 자료를 편집하고 관련자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안 감독은 영화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후 지원 모임은 영화 제작을 위한 모금 활동을 벌여 단체, 개인을 포함한 670여 명한테서 6000만원을 모았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번역 등의 추가 작업을 거쳐 오는 26일 국내에서 개봉된다. 내레이션은 배우 문소리씨가 맡았다. 수익금의 일부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whrmuseum.com) 건립을 위해 기증된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사진 인디스토리 제공
눈물겨운 재판 투쟁 기록 온몸 칼자국·문신 생채기
2007년 일본 개봉 반성 물결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우리의 안일한 생각에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민족의 아픔과 한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임을 다시금 일러준다. 재일 일본군 위안부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송신도(87) 할머니의 삶을 통해. 송 할머니는 1922년 충남에서 태어났다. 16살에 일본군에 끌려간 그는 중국 중부 무창의 한 위안소에서 숱한 ‘위안’을 강요당했다. 조금이라도 거부할 땐 여지없이 구타가 따라왔다. 옆구리와 넓적다리에 남은 칼 자국, 팔에 새겨진 가네코(金子)라는 이름 문신은 아픈 과거를 그대로 보여준다. 여러 번 임신 끝에 두 아이를 낳았지만, 키울 수 없는 처지라 남모르는 중국인 손에 맡겨야 했다.
이런 할머니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것은 일본의 양심적 시민들이었다. 1992년 위안부 동원에 일본군이 관여됐음을 입증하는 정부 문서가 발견된다. 이에 일본의 4개 시민단체는 위안부 정보를 모으기 위해 ‘위안부 110번’이란 핫라인을 개설했다. 이때 익명의 제보로 미야기현에 사는 송 할머니가 마침내 세상에 드러난다. 이후 시민단체들은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을 결성하고 송 할머니와 함께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재판 투쟁에 나선다. 영화는 할머니의 과거와 함께 재판 과정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영화의 최루성은 무섭다. 지난 11일 열린 언론 시사회 참석자들은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할머니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눈물 뒤에는 같은 민족으로서 느끼는 슬픔과 고통이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일본에 대한 분노의 감정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재판에는 졌지만,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할머니의 말은 위안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을 알리는 경종이자 함께 싸워나가자는 독려의 메시지다.
송신도 할머니가 일본군이 새긴 이름 문신 ‘가네코’(金子)를 보여주는 영화 속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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