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의 주인공인 최원균 할아버지가 늙은 소와 짐을 나눠 지고 걷고 있는 영화 속 한 장면. 이충렬 감독은 이 장면에서 “성자의 모습을 느꼈다”고 말했다.
“우리 지역엔 왜 상영 안하느냐” 극장에 항의전화도
<워낭소리>가 이번 주말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달 15일 개봉한 <워낭소리>는 한 달 만인 지난 14일 6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이달 들어 관객 증가 폭이 커지는 추세여서, 이번 주말에는 누적 관객수 100만명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관객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뒤늦게 <워낭소리>를 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개봉 첫 주에 7개였던 <워낭소리>의 상영관은 14일 현재 296개(교차 상영 포함)까지 늘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로부터 <워낭소리>의 판권을 인수해 영화로 만든 고영재 피디(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총장)는 “10년 동안 독립 영화 일을 하면서 받아 본 관객보다 <워낭소리> 하나로 훨씬 많은 관객을 만났다”고 기뻐하면서도 “<워낭소리>의 성공은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기존 시스템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는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처음에 <워낭소리>의 상영을 거절했다”며 “순전히 관객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입소문을 퍼뜨리자,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이 “왜 우리 지역에서는 <워낭소리>를 상영하지 않느냐”며 극장에 항의 전화를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대형 극장들이 영화를 선택하는 가장 큰 잣대는 제작·마케팅 예산 규모와 스타 출연 여부다. 독립 영화가 이 두 가지 기준에서 주류 상업 영화를 제치고 멀티플렉스 극장에 걸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대형 극장들은 객석 점유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즉시 영화를 내리기 때문에, 영화사들은 초기 흥행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다. 고 피디는 “극장들이 영화의 규모에 연연하지 않고 작품성 위주로 상영 여부를 결정한다면 경쟁력 없는 영화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고, 한국 영화의 위기는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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