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콜린 파렐의 ‘죽이는’ 연기
골든글로브 남우상 ‘킬러들의 도시’
작가 김중혁씨가 ‘킬러’를 소재로 한 소설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를 최근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 연재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범죄 문화는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킬러라는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직업이 영화와 문학의 단골 소재가 된 것은 그들의 삶이 본질적으로 찰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남을 쉽게 죽이지만, 자신도 쉽게 죽을 수 있는, 언제든 용도 폐기될 수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아니 그래서) 불꽃처럼 짧은 삶.
새 영화 <킬러들의 도시>는 그런 킬러들의 흔들리는 삶을 포착한다. 단 두 편의 영화로 세계 영화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마틴 맥도나 감독은 이 작품에서 ‘장르 영화’를 갖고 놀기로 작정한 것 같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코믹한 대사,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슬픈 음악, 이 묘한 부조화가 지금까지의 범죄 영화와는 다른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주인공들은 그럴듯한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꾸며대며 자신만의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하고, 하나의 사건 혹은 하나의 결심이 또다른 사건과 결심을 만들어내며 결말로 직진하는 거침없는 구조는 틴 태런티노 감독의 영화와 닮은 점이 많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점도 태런티노와 닮았다.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은 콜린 파렐이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는 막내 킬러 역을 맡았고,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의 브렌던 글리슨이 보스의 명령을 거부하는 섬세한 킬러로 나온다. <쉰들러 리스트>의 랄프 파인스가 냉혹하고 자존심 센 보스 역을 맡았다. 5일 개봉.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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