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왓치맨’
영화 ‘왓치맨’
만화의 한 갈래인 ‘그래픽 노블’은 소설 수준의 분량과 복잡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말하자면 만화로 그려진 한 편의 소설이다. 영화 <왓치맨>의 원작은 그래픽 노블이다. <브이 포 벤데타> <젠틀맨리그> 등을 통해 그래픽 노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앨런 무어의 같은 제목 작품을 잭 스나이더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
영화 <왓치맨>의 내용과 대사는 원작 그대로다. 굳이 영화화한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거친 성격으로 간혹 비도덕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 ‘코미디언’,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로어셰크’, 두뇌와 재력을 겸비한 발명가 ‘나이트 아울’, 유명세를 즐기는 ‘실크 스펙터’, 이지적이면서도 가공할 만한 권력을 지닌 ‘오지맨디아스’, 초인적 능력을 지녔지만 인간에게 냉소적인 ‘닥터 맨해튼’ 등 6명의 ‘왓치맨’도 달라진 게 없다. 이들은 국가의 승인 없이는 히어로들이 활동할 수 없는 법이 제정된 뒤 은퇴를 선언한다. 어느 날 과거의 동료 코미디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신분을 감춘 채 은밀히 활동을 계속해 오던 로어셰크가 살인 사건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과거 ‘왓치맨’ 노릇을 하던 히어로들을 없애려는 거대한 음모가 있음을 깨닫는다.
화려한 액션과 감각적인 비주얼은 약간의 차이점이다. 스나이더 감독은 캐나다 밴쿠버 근처에 200여 개의 세트와 1938~85년의 시대를 재현하기 위한 의상 1만5천벌을 준비했다고 한다.
영화를 예매했다면 먼저 머리를 비우는 게 필수. 슈퍼맨(‘닥터 맨해튼’)의 도움으로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워터게이트로 불명예 퇴진했던 닉슨 대통령이 3선에 성공하는 것도 <왓치맨>에서는 가능하다. 또한 “인류는 태초부터 싸워 왔고 이제 멸망의 길로 가고 있다” 등의 무거운 메시지도 감내해야 한다. 5일 개봉.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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