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의 갱들
마오주의자 된 시골강도
석양의 갱들(E 밤 11시10분) ‘이탈리아 웨스턴'(마카로니 웨스턴)이라는 서부극을 창시한 세르조 레오네 감독 작품. <황야의 무법자>(1964) 등 기존 무법자 시리즈는 ‘물질’이 지배하는 서부시대를 풍자하지만, 이 영화는 ‘마오쩌둥의 혁명론’을 보여주며 혁명을 전면에 내세운다.
혁명이 한창이던 20세기 초의 멕시코. ‘평범한’ 시골 강도단의 두목 후안(로드 스타이거)이 우연히 만나게 된 폭파 전문가와 은행털이에 나섰다가 혁명의 영웅이 된다. 정작 자신은 혁명에 관심도 없고 가족들과 패거리를 먹여 살릴 ‘돈’이 목적이었지만 이 사건 이후 그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진다. 존(제임스 코번)은 한때 아일랜드 독립운동에 가담했던 혁명가였지만 친구의 배신으로 회의를 느끼고 멕시코로 건너온 인물. 정작 자신은 혁명에 냉소적이지만 별다른 고민 없이 후안의 패거리를 혁명으로 몰아넣고, 멕시코에서도 배신자로 인해 수많은 혁명가들이 목숨을 잃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도 영화를 아름답게 만든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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