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숏버스>
수입에서 개봉까지 2년3개월
“삶에 대한 은유로 섹스 이용”
“삶에 대한 은유로 섹스 이용”
2년 3개월. 실제 성행위 장면을 담아 논란이 된 영화 <숏버스>가 첫 언론 시사로부터 정식 개봉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도대체 얼마나 ‘야한’ 영화이기에 두 번씩이나 제한상영가(국내엔 제한상영관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상영 금지에 해당) 결정을 받았던 걸까? 영화등급위원회는 이 영화를 이렇게 묘사한 바 있다.
“발기되고 젖은 남성 성기의 클로즈업, 여성 성기 클로즈업, 집단 성교, 혼음, 남녀 자위 등이 리얼하게 여과 없이 묘사되어 있는 등 성적 쾌락 추구를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이하 생략)”(2007년 7월6일)
하지만 영등위의 ‘눈’을 믿고 극장을 찾은 관객은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개봉하는 영화는 존 캐머런 미첼 감독이 스스로 모자이크 처리한 아시아 버전이다. 영등위가 심사했던 영화도 같은 버전이었다니, 그 뛰어난 투시력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직업이 성 상담치료사지만 정작 자신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소피아(숙인 리), 권태기에 빠진 동성애 커플 등은 각자의 삶에 비어 있는 어떤 것을 찾아 ‘숏버스’에 오른다. 숏버스는 게이, 레즈비언, 노인 등 성 소수자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고 개방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지하 모임이다(숏버스란 말 자체는 학교 버스를 타고 등교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통칭하는 미국의 은어다).
존 캐머런 미첼 감독은 “삶의 다른 면에 대한 은유의 하나로 섹스라는 언어가 사용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집단 성교나 자위, 스리섬(3명이 하는 성행위) 등이 등장하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방황을 표현하기 위한 배경을 설명하는 기능이 더 커 보인다.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미첼 감독의 대표작 <헤드윅>에서 그러했듯이, 이번 작품에서도 음악은 영화를 한판의 축제로 승화시키는 마술을 부린다. 12일 개봉.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스폰지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