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실종> 주연배우 문성근 서울 종로 서울극장.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년반 칩거생활 접고 첫 영화
‘절대악’ 연쇄살인범 연기 섬뜩
“연기에 갈증…독립영화 생각도”
‘절대악’ 연쇄살인범 연기 섬뜩
“연기에 갈증…독립영화 생각도”
영화 ‘실종’ 주연 문성근
“칩거하면서 처음 과거를 진지하게 돌아봤습니다. 앞으론 자유로운 상태에서 새로운 역을 해보고 싶어요.”
돌아온 문성근의 첫 일성이다. 영화, 드라마, 시사 프로그램 등에서 종횡무진했고, 사회적 참여도 많이 했던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파 배우 문성근. 2년 반 만에 영화로 복귀한 그의 각오가 예사롭지 않다.
19일 개봉하는 스릴러물 <실종>은 문성근의 각오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시금석.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납치와 강간, 살인을 무시로 저지르는 60대 촌부 ‘판곤’과 그에게 동생(전세홍)을 잃은 언니(추자현)가 사활을 걸고 벌이는 두뇌 게임을 다룬 이 영화에서 그는 ‘판곤’ 역을 맡았다. “<수>(2007) 이후 두번째 악역이지만,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절대 악인’ 역은 처음이죠. 인간 문성근과는 가장 반대편 인물이지만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시사회에서 본 문성근의 연기는 치가 떨릴 정도. 미모의 여대생 현아를 납치한 뒤 성폭행하려다 자신의 성기를 물어뜯자 펜치로 그의 이를 송두리째 뽑아 버리고, 농작물 써는 분쇄기에 산 채로 넣어 가는 장면을 천연스럽게 연기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연쇄살인마’ 그 자체였다.
“혹시 본인에게 그런 성격이 있어서 표출된 게 아니냐?”고 슬쩍 떠보자, 그는 “나도 촬영장을 떠날 때는 지옥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고 부인하면서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칩거 전까지만 해도 문성근은 주어진 캐릭터의 성장기, 가족관계, 친구, 학력, 재산 등을 요모조모 분석해서 역할을 잡았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머리만 복잡하게 만들고 인물도 풍부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물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하던 단죄, 분석, 고발의 자세를 버리고 당사자의 입장에서 그 사람을 바라보려 노력했다. 그랬더니 나온 판곤의 캐릭터가 ‘자기의 욕망과 쾌락을 위해서는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 갖지 않는 인물’로 압축되더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범인이 멋있게 보이도록 만드는 상황은 극도로 피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마피아를 다룬 영화처럼 멋지지 않으면 (영화가 잘 팔리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배우로서 사실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고 했다. 출연 동기를 물었다. 한마디로 ‘연기에 대한 갈증’이라고 했다. 참여정부가 끝나갈 무렵 그는 홀가분하게 모든 걸 접었다. 그리고 연극계 선후배들로 구성된 ‘월금산악회’에 참여해 매주 산을 오르내렸다. 그렇게 2년 정도 살다 보니 내면으로부터 자유를 느끼게 됐다. 앞만 보고 달리던 강박관념도 털어버렸다. 그러자 연기에 대한 갈증이 새로 솟구쳤다는 것이다. 문성근은 이제 “웬만한 주문이면 다 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나한테 안 맞을 것 같고 별 의미도 없어 보여 안 하던 영화들이 지금 눈으로 보면 다 해볼 만한 것 같아요. 또 옛날 작품을 지금 연기하면 훨씬 더 절절하게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겨요.” 재능 있는 감독이 진지하게 제안하면 독립영화도 해볼 생각이다. 연기 생활의 출발점이었던 연극에도 재도전해 볼 계획이라고 한다. 인터뷰 말미 그는 “범인이 잡혀도 희생자 가족의 아픔은 늘 끝까지 남는데 그것까지도 포함한 영화”라며 많이 사랑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종>은 <손톱> <올가미> <세이예스> 등 한국형 스릴러 장르를 개척해온 김성홍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2007년 어느 시골 마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연쇄 실종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글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영화 <실종> 주연배우 문성근 서울 종로 서울극장.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혹시 본인에게 그런 성격이 있어서 표출된 게 아니냐?”고 슬쩍 떠보자, 그는 “나도 촬영장을 떠날 때는 지옥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고 부인하면서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칩거 전까지만 해도 문성근은 주어진 캐릭터의 성장기, 가족관계, 친구, 학력, 재산 등을 요모조모 분석해서 역할을 잡았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머리만 복잡하게 만들고 인물도 풍부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물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하던 단죄, 분석, 고발의 자세를 버리고 당사자의 입장에서 그 사람을 바라보려 노력했다. 그랬더니 나온 판곤의 캐릭터가 ‘자기의 욕망과 쾌락을 위해서는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 갖지 않는 인물’로 압축되더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범인이 멋있게 보이도록 만드는 상황은 극도로 피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마피아를 다룬 영화처럼 멋지지 않으면 (영화가 잘 팔리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배우로서 사실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고 했다. 출연 동기를 물었다. 한마디로 ‘연기에 대한 갈증’이라고 했다. 참여정부가 끝나갈 무렵 그는 홀가분하게 모든 걸 접었다. 그리고 연극계 선후배들로 구성된 ‘월금산악회’에 참여해 매주 산을 오르내렸다. 그렇게 2년 정도 살다 보니 내면으로부터 자유를 느끼게 됐다. 앞만 보고 달리던 강박관념도 털어버렸다. 그러자 연기에 대한 갈증이 새로 솟구쳤다는 것이다. 문성근은 이제 “웬만한 주문이면 다 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나한테 안 맞을 것 같고 별 의미도 없어 보여 안 하던 영화들이 지금 눈으로 보면 다 해볼 만한 것 같아요. 또 옛날 작품을 지금 연기하면 훨씬 더 절절하게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겨요.” 재능 있는 감독이 진지하게 제안하면 독립영화도 해볼 생각이다. 연기 생활의 출발점이었던 연극에도 재도전해 볼 계획이라고 한다. 인터뷰 말미 그는 “범인이 잡혀도 희생자 가족의 아픔은 늘 끝까지 남는데 그것까지도 포함한 영화”라며 많이 사랑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종>은 <손톱> <올가미> <세이예스> 등 한국형 스릴러 장르를 개척해온 김성홍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2007년 어느 시골 마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연쇄 실종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글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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