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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홀로코스트 가해자 통해 던지는 질문

등록 2009-03-22 18:05수정 2009-03-22 21:21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이스라엘의 잇단 팔레스타인 학대를 목격하며 유대인 혐오증에 감염될 것 같다거나, 미성년과의 사랑은 돈거래를 동반한 원조 교제로 통할 뿐일까 하고 의아해하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답변을 던져줄 영화가 있다. 케이트 윈즐릿에게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다. 시작은 10대 소년의 몸과 마음이 격심한 파란을 겪는 로맨스 성장물 같다.

30대 중반의 전차 차장(케이트 윈즐릿)은 우연히 마주한 중산층 가정의 사춘기 소년을 압도하며 능수능란한 사랑을 펼치는 듯하지만 어딘가 서툴고 거칠다. 이 모순적 태도에 커다란 비밀이 있다.

비밀의 배후에는 원작 소설을 쓴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법학자적 회의가 깃들어 있다. 전후 세대에 해당하는 법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는 홀로코스트를 실행했거나 묵인했던 아버지 세대, 그리고 그 뒷세대까지 의문을 제기한다. 어떻게 그 비극들을 태연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하고. 자괴감 어린 질문을 던지는 작가는 홀로코스트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끌어들인다.

여기에 녹록지 않은 사랑의 함수까지 더해 고차원 방정식을 만들어 다종다양한 질문과 풀이 방향을 쏟아낸다. 개인적인 연애사가 끔찍한 역사와 뒤섞이면서 남녀 각기 평생에 걸친 성장통을 겪는 사연이다.

원작에 충실하지만 자기 색깔이 분명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감독의 이름에 눈길이 머문다. 스티븐 달드리. 탄광촌의 집단적 좌절을 배경에 두고 소년을 백조로 탈바꿈시켰던 <빌리 엘리어트>의 감독이다. <더 리더…>가 처연한 아름다움을 읊는 동시에 냉철한 이성을 통시적으로 발휘하는 건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26일 개봉.

이재성 기자, 사진 누리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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