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 김경호 기자
영화 ‘그림자 살인’ 황정민
익살스런 구한말 명탐정 변신
“진짜 연기 관객이 알아줄 것”
익살스런 구한말 명탐정 변신
“진짜 연기 관객이 알아줄 것”
셜록 홈즈, 뒤팽, 손 다이크 박사, 에르큘 포와르…. 역사에 남을 탐정 캐릭터들이다. 농익은 연기로 한국 대표 배우의 입지를 굳힌 황정민이 탐정으로 변신했다. 4월2일 개봉하는 <그림자 살인>에서 한국형 탐정 홍진호 역을 맡아 열연한 그를 2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무당이 접신하는 기분으로 작업했다. 영화를 마칠 때까지 홍진호로 살았다”고 그는 말했다.
영화에서 홍진호는 바람난 부인의 외도 행각을 파악하고, 떼인 돈을 대신 받아주며, 돈 되는 일이면 닥치는 대로 해치우는 인물. 타고난 추리 감각과 귀신 같이 사람을 찾아내는 능력으로 사건을 파헤쳐가는 홍진호의 캐릭터를 황정민은 특유의 능글맞고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시나리오상 홍진호는 무게를 잡고 약간 침울한 성격이었어요. 사건도 심각한데 배우까지 심각하면 관객이 지루해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내면에 진중한 맛을 가진 인물로 바꾸었죠.”
그래서인지 전통 추리극과 달리 영화는 스릴과 재미, 유머가 동시에 느껴진다. 툭툭 내던지는 홍진호의 익살스런 대사는 코미디의 맛까지 더한다.
배역에 대한 강한 몰입은 홍진호가 홀에서 살인범 ‘억관’과 결투하는 장면에서도 다시 확인된다. 그는 이 장면 대사를 작업 도중 전면 수정했다고 털어놨다. “감독, 피디, 배우가 서로 아이디어를 내서 새로 만들었어요. 잠자는 시간 빼곤 매일 작품 얘기를 했어요.”
개봉을 앞둔 황정민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일부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누리꾼의 글들이 문제가 됐다. 여러 게임 대회에서 2등을 많이 한 프로게이머 홍진호와 영화 속 홍진호를 연결시켜, ‘2.22’ 등의 낮은 평점을 재미삼아 올리고 있다는 것. “2분 정도의 추격신을 위해 매일 15시간씩 일주일을 찍었어요. 피땀 어린 노력을 생각하면 서운하죠.”
하지만 그는 “어떤 역할이든 거짓 없이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속이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 연기를 하기 때문에 관객이 알아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림자 살인>은 2005년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에 같은 제목의 시나리오로 당선된 신인 박대민 감독의 첫 작품. 1910년대 조선 경성에서 벌어진 내무대신 아들의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탐정 홍진호와 의학도 ‘광수’(류덕환), 사대부가의 정숙한 부인이자 여류발명가 ‘순덕’(엄지원) 등이 펼치는 추리 작업이 뼈대를 이룬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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