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신민아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신민아
배우 신민아는 이날 아침 제시간에 눈을 뜨지 못했다. 감기 탓이다. 모든 스케줄을 조금씩 미뤘다. 인터뷰 장소로 기운 없이 걸어 들어오는 그의 얼굴빛이 유난히 하얗다. 그다지 짙지 않은 화장기 아래로 피곤기가 스며들어 있다. 잠깐 콜록거리더니 곧 “괜찮다”며 엷은 미소를 짓는다.
신민아는 공효진과 함께 곧 개봉을 앞둔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를 찍었다. 순제작비 8억원의 저예산 영화다. 이렇게 작은 영화 출연은 처음이다.
여성 감성 조명한 작품…출연 ‘자청’
물흐르듯 심리표현…연기 전환점 돼 “규모가 크진 않아도 여자 감성을 잘 담아내는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기존의 상업 영화에선 아무래도 남자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여자는 비주얼 위주의 부수적 캐릭터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사실 신민아가 맡아 온 배역은 2001년 데뷔작 <화산고> 이후 대체로 엇비슷했다. 예쁘고 귀여운 외모에 발랄 또는 새치름한 성격의 캐릭터가 한번 정해지면 끝까지 그대로 갔다. 입체보다는 평면에 가까운 캐릭터,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과 보스 김영철 간 갈등의 원인이 된 희수 역이 대표적이다. “고1 때 데뷔한 뒤로 얼굴과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무조건 많이 출연하고 주인공도 많이 맡고 하는 게 좋았죠. 그런데 <야수와 미녀> <무림여대생>을 잇따라 찍은 뒤 문득 연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작심하고 내 영화라 여길 만한 작품이 하고 싶어졌는데, 마침 이 영화 시나리오를 보게 된 거예요. 그길로 감독님을 찾아갔죠.”
부지영 감독은 제 발로 찾아온 신민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초롱초롱하면서도 강단 있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전까지 머릿속에 담아온 그 ‘신민아’가 아니었다. 바로 ‘이 친구랑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한다.
<지금…>에서 신민아가 맡은 명은 역은 똑 부러지고 차가운 도시 여성이다. 신민아의 기존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언니(공효진)와 여러 사건을 겪으며 점차 변해간다는 점에서 이전과 궤를 달리한다. 그는 명은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물 흐르듯 표현해냈다.
“언니 같은 감독님이 너무 편하게 대해줬어요. 평소 친했던 효진 언니야 말할 것도 없고요. 감독님과 차 마시며 편하게 나눴던 얘기들이 자연스레 연기로 이어진 것 같아요.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러운 효진 언니 연기에 자극받은 것도 도움이 됐고요.”
언제 아팠냐는 듯, 신민아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렇다고 제 연기에 만족한다는 건 아니에요. 지금 보면 아쉬움도 많죠. 그래도 스스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을 향해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은 들어요. 이건 정말 소중한 경험인 것 같아요. 이 영화가 제 연기 경력에 있어 중대한 변환점이 됐다고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그는 “요새 촬영중인 새 영화 <십억>에서 연기하면서 이전보다 생각이 훨씬 많아졌다”는 말도 덧붙인다. 오는 7월 <십억>까지 개봉하면, 그의 출연작은 모두 10편에 이르게 된다. 나이나 경력에 비해 적지 않은 수다.
“새 영화까지 마치고 나면 좀 쉬고 싶어요. 그래도 갑자기 마음에 꼭 드는 배역이 생기면 발 벗고 나설지도 모르죠. 한번 커진 욕심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15일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신민아의 등이 꼿꼿하다. ‘연기자’는 그렇게 한발 한발 내디뎌 간다.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물흐르듯 심리표현…연기 전환점 돼 “규모가 크진 않아도 여자 감성을 잘 담아내는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기존의 상업 영화에선 아무래도 남자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여자는 비주얼 위주의 부수적 캐릭터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사실 신민아가 맡아 온 배역은 2001년 데뷔작 <화산고> 이후 대체로 엇비슷했다. 예쁘고 귀여운 외모에 발랄 또는 새치름한 성격의 캐릭터가 한번 정해지면 끝까지 그대로 갔다. 입체보다는 평면에 가까운 캐릭터,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과 보스 김영철 간 갈등의 원인이 된 희수 역이 대표적이다. “고1 때 데뷔한 뒤로 얼굴과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무조건 많이 출연하고 주인공도 많이 맡고 하는 게 좋았죠. 그런데 <야수와 미녀> <무림여대생>을 잇따라 찍은 뒤 문득 연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작심하고 내 영화라 여길 만한 작품이 하고 싶어졌는데, 마침 이 영화 시나리오를 보게 된 거예요. 그길로 감독님을 찾아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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