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폐막 앞둔 전주는 지금
전주는 지금 초여름 뙤약볕보다도 더 뜨겁다.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전주 국제영화제의 열기 때문이다. 시내 고사동 ‘영화의 거리’ 일대는 늘 북적인다. 남녀노소, 피부색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이들이 비빔밥처럼 섞여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객석 점유율은 90%를 넘나든다. 8일 폐막을 앞둔 이번 영화제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들을 짚어본다.
객석 점유율 90%…‘숏!숏!숏’ 등 호평
풍자 곁들여 시대 꼬집는 작품도 늘어
■ 옴니버스의 약진 단편을 여러 편 모은 옴니버스 영화가 호평을 받기는 쉽지 않다. 각기 다른 단편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질을 유지하면서 조화를 이뤄내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된 옴니버스 영화들은 이런 난관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평가들이 많다.
대표적인 작품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숏!숏!숏! 2009: 황금시대>다. 김성호, 양해훈, 윤성호, 이송희일 등 충무로와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젊은 감독 10명이 ‘돈’을 주제로 만든 10분 안팎의 단편들 모음이다. 물질 만능주의를 풍자·비판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동전을 매개로 한 감성적인 멜로물도 있다. 10편이 각기 다른 스타일과 매력을 뽐낸다. 이 영화는 오는 9월 정식 개봉한다.
전주 영화제를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자리잡은 <디지털 삼인삼색 2009: 어떤 방문>도 여느 해보다 좋은 평을 받았다. 특히 홍상수 감독의 <첩첩산중>이 돋보인다. 정유미, 문성근, 이선균 등이 출연해 욕망으로 점철된 인간관계의 밑바닥을 유머감 있게 드러낸다. 재일동포 3세 남자와 일본 여자의 교감을 통해 한-일 관계를 다룬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코마>도 빛을 발한다. 세계인권선언 60돌을 맞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옴니버스 영화 <인권에 관한 이야기>에선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자장커 등 세계적인 감독 22명이 짧지만 강렬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 늘어난 사회 비판 메시지 영화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이번 상영작들 가운데는 어두운 시대를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작품들이 유독 많았다.
신동일 감독의 장편 <반두비>는 여고생과 이주노동자의 우정과 로맨스를 통해 이주민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 사이사이 양념처럼 넣은 비판과 풍자가 뒷맛 남는 웃음을 짓게 한다. 예컨대, 가방에 촛불소녀 버튼을 달고 ‘광우병 반대’ 부채를 손에 든 주인공 앞으로 사교육을 상징하는 ‘엠비 수학’ 학원 버스가 지나는 식이다. “이딴 쓰레기를 보니까…”라며 특정 신문을 내던지는 장면도 있다. 6월25일 개봉 예정. <숏!숏!숏! 2009: 황금시대> 가운데 윤성호 감독의 <신자유청년>은 풍자와 해학의 성찬이다. 오로지 ‘1등’과 물질만을 숭배하는 사회 분위기를 온갖 패러디로 조롱한다. ‘촛불 방송’으로 유명해진 이명선 리포터, 진중권 교수 등이 나오는 장면에선 배꼽을 쥐게 된다. 단편들에서도 이런 흐름은 마찬가지였다. 한국 단편 경쟁 부문 예심을 맡은 영화평론가 김지미씨는 “단편영화는 사회적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지금 우리의 고민을 정확히 짚어낸다”며 “이번에 출품된 600편 가까운 작품들에서 자기 선택과 상관없이 거주지로부터 내몰린 사람들의 얘기가 슬프도록 지겹게 반복됐다”고 전했다. 전주/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전주영화제 제공
풍자 곁들여 시대 꼬집는 작품도 늘어
신자유청년
반두비
신동일 감독의 장편 <반두비>는 여고생과 이주노동자의 우정과 로맨스를 통해 이주민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 사이사이 양념처럼 넣은 비판과 풍자가 뒷맛 남는 웃음을 짓게 한다. 예컨대, 가방에 촛불소녀 버튼을 달고 ‘광우병 반대’ 부채를 손에 든 주인공 앞으로 사교육을 상징하는 ‘엠비 수학’ 학원 버스가 지나는 식이다. “이딴 쓰레기를 보니까…”라며 특정 신문을 내던지는 장면도 있다. 6월25일 개봉 예정. <숏!숏!숏! 2009: 황금시대> 가운데 윤성호 감독의 <신자유청년>은 풍자와 해학의 성찬이다. 오로지 ‘1등’과 물질만을 숭배하는 사회 분위기를 온갖 패러디로 조롱한다. ‘촛불 방송’으로 유명해진 이명선 리포터, 진중권 교수 등이 나오는 장면에선 배꼽을 쥐게 된다. 단편들에서도 이런 흐름은 마찬가지였다. 한국 단편 경쟁 부문 예심을 맡은 영화평론가 김지미씨는 “단편영화는 사회적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지금 우리의 고민을 정확히 짚어낸다”며 “이번에 출품된 600편 가까운 작품들에서 자기 선택과 상관없이 거주지로부터 내몰린 사람들의 얘기가 슬프도록 지겹게 반복됐다”고 전했다. 전주/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전주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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