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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옴니버스’ 타고 ‘오늘’에 되묻는다

등록 2009-05-06 21:03

첩첩산중
첩첩산중
폐막 앞둔 전주는 지금
전주는 지금 초여름 뙤약볕보다도 더 뜨겁다.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전주 국제영화제의 열기 때문이다. 시내 고사동 ‘영화의 거리’ 일대는 늘 북적인다. 남녀노소, 피부색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이들이 비빔밥처럼 섞여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객석 점유율은 90%를 넘나든다. 8일 폐막을 앞둔 이번 영화제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들을 짚어본다.

객석 점유율 90%…‘숏!숏!숏’ 등 호평
풍자 곁들여 시대 꼬집는 작품도 늘어


신자유청년
신자유청년
■ 옴니버스의 약진 단편을 여러 편 모은 옴니버스 영화가 호평을 받기는 쉽지 않다. 각기 다른 단편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질을 유지하면서 조화를 이뤄내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된 옴니버스 영화들은 이런 난관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평가들이 많다.

대표적인 작품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숏!숏!숏! 2009: 황금시대>다. 김성호, 양해훈, 윤성호, 이송희일 등 충무로와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젊은 감독 10명이 ‘돈’을 주제로 만든 10분 안팎의 단편들 모음이다. 물질 만능주의를 풍자·비판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동전을 매개로 한 감성적인 멜로물도 있다. 10편이 각기 다른 스타일과 매력을 뽐낸다. 이 영화는 오는 9월 정식 개봉한다.

전주 영화제를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자리잡은 <디지털 삼인삼색 2009: 어떤 방문>도 여느 해보다 좋은 평을 받았다. 특히 홍상수 감독의 <첩첩산중>이 돋보인다. 정유미, 문성근, 이선균 등이 출연해 욕망으로 점철된 인간관계의 밑바닥을 유머감 있게 드러낸다. 재일동포 3세 남자와 일본 여자의 교감을 통해 한-일 관계를 다룬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코마>도 빛을 발한다. 세계인권선언 60돌을 맞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옴니버스 영화 <인권에 관한 이야기>에선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자장커 등 세계적인 감독 22명이 짧지만 강렬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반두비
반두비
■ 늘어난 사회 비판 메시지 영화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이번 상영작들 가운데는 어두운 시대를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작품들이 유독 많았다.


신동일 감독의 장편 <반두비>는 여고생과 이주노동자의 우정과 로맨스를 통해 이주민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 사이사이 양념처럼 넣은 비판과 풍자가 뒷맛 남는 웃음을 짓게 한다. 예컨대, 가방에 촛불소녀 버튼을 달고 ‘광우병 반대’ 부채를 손에 든 주인공 앞으로 사교육을 상징하는 ‘엠비 수학’ 학원 버스가 지나는 식이다. “이딴 쓰레기를 보니까…”라며 특정 신문을 내던지는 장면도 있다. 6월25일 개봉 예정.

<숏!숏!숏! 2009: 황금시대> 가운데 윤성호 감독의 <신자유청년>은 풍자와 해학의 성찬이다. 오로지 ‘1등’과 물질만을 숭배하는 사회 분위기를 온갖 패러디로 조롱한다. ‘촛불 방송’으로 유명해진 이명선 리포터, 진중권 교수 등이 나오는 장면에선 배꼽을 쥐게 된다.

단편들에서도 이런 흐름은 마찬가지였다. 한국 단편 경쟁 부문 예심을 맡은 영화평론가 김지미씨는 “단편영화는 사회적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지금 우리의 고민을 정확히 짚어낸다”며 “이번에 출품된 600편 가까운 작품들에서 자기 선택과 상관없이 거주지로부터 내몰린 사람들의 얘기가 슬프도록 지겹게 반복됐다”고 전했다.

전주/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전주영화제 제공

“이주노동자에 마음 열게 됐으면”

두 영화 주연 마붑 알엄


두 영화 주연 마붑 알엄
두 영화 주연 마붑 알엄
올 전주 국제영화제에는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룬 장편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다. 신동일 감독의 신작 <반두비>와 유준상 주연의 <로니를 찾아서>다. 두 영화 모두 출연한 배우가 있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마붑 알엄이다. 전주를 찾은 마붑 알엄은 “두 영화가 이주노동자를 객체가 아닌 같은 사람으로 그려서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전문 배우가 아니다. 10년 전 방글라데시의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온 이주노동자였다. 하루 12시간 넘는 노동, 상습적인 임금 체불 등 여러 문제점을 느끼고는 이주노동자 공동체 활동에 몸을 던졌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거리에서 농성도 했다. 그러다 매체를 통해 이주노동자 문제를 알려야겠다고 결심하고 <시민방송 RTV>에서 이주노동자 방송을 시작했다. “<한겨레>처럼 소수자에게 관심을 갖는 언론이 별로 없어 직접 나선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처음 온 제안은 영화에 적당한 배우를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수소문했지만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킬 적임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문득 “제가 하면 안 될까요?” 자원했다. <반두비>의 주인공이 딱 자신의 처지를 대변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감독의 요구대로 석 달 동안 연기 수업을 받고 몸무게도 10㎏이나 뺐다.

“<반두비> 완성작을 전주에 와서 처음 봤어요. 이주민에 대해 범죄자 같은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영화를 통해 인식이 개선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그는 “한국에 사는 이주민이 현재 110만명이나 되고, 2020년이 되면 인구의 5%를 넘을 수 있다”며 “이주민을 차별하거나 동정하기보다는 같은 사람으로서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붑 알엄은 2006년 출범한 이주노동자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금까지 맡아왔다. 올해로 네번째를 맞는 영화제는 7월17일 서울 명동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막한다. “지난 정권 때는 약간이나마 지원금이 있었는데, 이젠 그나마도 끊겼어요. 영화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문화를 이해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절실한 눈빛으로 영화제 후원 안내문을 건넸다. 후원 문의는 (02)776-0455. 전주/글·사진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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