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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막 올린 칸 영화제…설레는 한국영화들

등록 2009-05-14 19:28수정 2009-05-14 19:39

칸 포스터
칸 포스터
경제불황 여파 예년보다 차분
경쟁작 20편 거장 감독 포진
‘박쥐’ 등 한국영화 역대 최다
62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가 13일 개막했다. 세계를 할퀴고 있는 경기 침체의 발톱에도 아랑곳 않고, 칸의 거리는 새벽까지 흥성거렸다. 칸 영화제 본부인 ‘팔레 드 칸’의 전면을 장식한 공식 포스터 속의 여인(열린 문 밖으로 어딘가를 내다보는)처럼 팔레 주변은 지금 미지의 영화를 향한 호기심으로 술렁이고 있다. 이탈리아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영화 <정사>의 이미지에서 착안한 이 공식 포스터는 검은 턱시도와 원피스 정장을 차려입은 영화 애호가들을 한결 자극하는 듯했다.

‘비보’가 없는 건 아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참석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연예잡지 <배니티 페어>의 만찬 파티는 결국 취소됐고, 1년 전부터 예약이 끝나곤 했던 바닷가 근처의 특급 호텔들은 개막 직전까지 빈방이 남아 있었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칸의 한 상인의 말을 인용해 “예년의 경우가 샴페인이었다면, 올해는 (좀더 값싼) 로제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거나한 취객들과 폭주족들은 동이 틀 때까지 칸의 좁은 골목길을 휘젓고 다녔다.

디즈니 픽사의 입체(3D) 애니메이션 <업>으로 12일의 장정을 시작한 올해 칸 영화제가 추린 경쟁 부문 참가작은 모두 20편. 별들의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세계적인 거장들이 즐비하다. 안이한 선택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겠지만, 도리어 우열을 가리기는 더 힘들어 보인다.

칸 영화제에 여러 차례 초청됐으나 상복이 없었던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브로큰 엠브레이시스>)가 숙원을 풀 수 있을지, 유일한 할리우드 영화를 들고 온 ‘칸의 남자’ 틴 타란티노(<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가 미국 영화의 자존심을 살려줄지 예단하기 어렵다. 올해 가장 큰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화권 감독들(리안, 두치펑, 차이밍량, 러우예)이 여세를 몰아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고, 유럽의 전통적 거장들(켄 로치, 라르스 폰 트리에르, 알랭 레네, 미하엘 하네케)이 이름값을 할 수도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칸의 부름을 받은 필리핀의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의 <키너테이>와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적이 있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도 눈여겨봐야 한다.

62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개막식이 13일 오후(현지시각) 심사위원들과 관중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칸/AFP 연합
62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개막식이 13일 오후(현지시각) 심사위원들과 관중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칸/AFP 연합

올해 황금종려상의 향방을 결정할 심사위원단 구성도 예년과 다르다. 보통 남자가 맡아오던 심사위원장을 프랑스의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맡았다. 여성 심사위원이 5명으로 남성(4명)보다 많은 것도 이례적이다. 섬세한 심리 묘사에 탁월한 알모도바르 감독이 유리할 것으로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심사위원장이었던 할리우드 배우 숀 펜과 최근 이혼한 로빈 라이트 펜이 올해 심사위원에 선정된 것도 호사가들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올해 한국 영화는 역대 최다인 10편을 선보인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비경쟁 부문으로 만족해야 했던 지난해의 아쉬움을 달랬다.

이 밖에 주목할 만한 시선에 봉준호 감독의 <마더>, 프랑스감독협회가 주관하는 감독주간에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이 상영된다.

클래식 부문에서는 고 신상옥 감독의 <연산군>(1961년) 디지털 복원판이 상영된다. 2007년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과 2008년 김기영 감독의 <하녀>에 이어 3년 연속 클래식 부문에 한국 고전영화가 초청됐다. 학생 경쟁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는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과 임경동 감독의 <경적>이 상영된다. 한국·프랑스 합작 영화이자 이창동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한 <여행자>(감독 우니 르콩트)가 비경쟁 특별상영 섹션에서 상영되며,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먼지아이>는 감독 주간에 진출했다. 비평가들이 초청하는 비평가 주간에서는 문성혁 감독의 <6시간>이 상영되며, 또다른 한·프 합작 영화인 노경태 감독의 <허수아비들의 땅>은 프랑스독립영화배급협회(ACID) 프로그램에 초대받았다.

칸/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칸 심사위원 이창동 감독

“내 국적은 영화”

칸 심사위원 이창동 감독
칸 심사위원 이창동 감독

프랑스 현지 시각으로 13일 오후 열린 칸 영화제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의 주인공은 단연 한국의 이창동 감독이었다.

“한국 영화 <박쥐>가 경쟁 부문에 선정됐는데, 이 감독은 심사위원으로서 이 영화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홍콩 기자의 이 얄궂은 질문에 그는 “칸 영화제 기간 동안 내 국적은 영화”라고 답해 이날 행사 중 가장 큰 박수와 웃음을 이끌어 냈다.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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