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현지시간)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쥐'(감독 박찬욱)의 언론 시사회가 열린 이후 해외 언론은 엇갈린 평가를 했다.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버라이어티는 14일자로 실은 리뷰에서 "진정한 영감을 수혈해야 할 어두운 코미디"라며 "더디게 온도를 올린 뒤에 피와 폭력을 담은 농담을 반복한다"고 평했다.
버라이어티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같은 멋진 작품을 만든 감독이 놀라울 정도로 다른 분위기의 영화를 내놓았다"며 "한국에서는 첫 주에 175만명을 동원했지만 2번째 주에는 코믹 액션 '7급 공무원'에 밀렸다"고 소개했다.
버라이어티는 또 "아벨 페라라의 '어딕션', 토니 스콧의 '악마의 키스'처럼 흡혈귀의 통렬한 욕구를 보여주지 못한다"며 "송강호는 이제까지 보여줘 온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지만 몸을 사리지 않은 김옥빈의 연기는 놀랍다"고 평가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현지 시사에 앞서 내놓은 리뷰에서 "'올드보이'로 칸에서 수상한 이후 박찬욱 감독은 주춤했지만 시각적으로 사로잡는 뱀파이어 영화 '박쥐'는 분명한 움직임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박쥐'는 대중친화적인 접근방식을 쓰지는 않았으나, 분명한 독창성과 생기로 극장과 마켓에서 추진력을 얻고 있다"며 "박 감독은 잘 알려진 재능인 독창적인 영상미, 블랙 유머,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우울한 서정성만큼은 새로운 면모"라고 분석했다.
이 잡지는 "서사적인 전개가 완전히 명쾌한 것은 아니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걸작들에서 볼 수 있는 시적인 힘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한편 할리우드 리포터는 칸 영화제 공식 일간지(데일리) 14일자에 한 면을 할애해 박찬욱 감독과의 인터뷰 기사를 싣고 박 감독의 캐리커처까지 곁들였다.
이 잡지는 먼저 박 감독을 "한국 동시대 영화감독들의 맏형"이라고 소개하면서 "2번째 장편인 'JSA 공동경비구역'은 '코리안 뉴 웨이브'가 무엇인지 보여줬으며 '복수 3부작'은 더욱 놀라웠다"고 전했다.
이어 할리우드 리포터는 "칸 영화제에서 뱀파이어 영화가 잘 될 것 같으냐", "복수 3부작에서 보여줬던 아름다운 폭력성으로 되돌아간 것이냐", "어떤 감독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느냐", "미국 자본이 투입됐는데 영향이 있었느냐" 등의 관심 어린 질문들을 던졌으며, 그에 대한 박 감독의 답변들을 상세히 담았다.
특히 박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진출할 만큼 훌륭한 대본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영어 영화에 적합한 대본이 내 손에 들려 있다면 칸에서 바로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갈 수도 있다"고 답했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 (칸<프랑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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