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영화제가 올림픽이 아닌 건 분명하지만, 황금종려상(올림픽의 금메달에 해당하는)의 향방이 영화제 최고의 관심사라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칸 영화제 기간에 현지에서 발행되는 일간 매체들은 경쟁 부문 참가작들에 대해 별점을 매겨가며 경쟁을 부추긴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 대한 평가는 아주 좋지도, 아주 나쁘지도 않다. <스크린 칸 데일리>는 <박쥐>에 4점 만점에 평균 2.4점을 줬다. 이 별점은 세계 10개 나라의 기자들이 매기는 별점의 평균값이어서 상당히 객관적인 편이다. 16일 현재까지 4개 경쟁작 중 2위지만, 제인 캠피언 감독의 <브라이트 스타>의 3.3점과 비교하면 차이가 많이 난다. <르 필름 프랑세>의 별점은 더 가혹하다. 평균 1.7점을 받았는데, 0점부터 4점까지 호오가 분명히 갈렸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리뷰도 엇갈린다. <버라이어티 칸 데일리>의 데릭 엘리는 “진정한 영감이 몹시 필요한, 너무 긴 죽음의 코미디”라며 “<올드 보이>나 <복수는 나의 것> 같은 멋진 작품을 만든 감독으로부터 나온 놀랍도록 뉘앙스 없는 작품”이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스크린>의 다시 파켓은 온라인판에서 약간의 머뭇거리는 표현과 함께 “<박쥐>의 완전한 창조성, 그리고 영화적 발랄함은 영화 시장에서 그의 국제적인 경력을 구전의 것에서 견고한-최상급은 아니지만-것으로 만들 것”이라며 “박쥐는 시대를 초월한 걸작의 시적인 힘을 갖고 있다”고 추어올렸다. 15일 밤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갈라 상영에서 <박쥐>는 8분가량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감독이 참석하는 상영의 경우, 이 정도의 기립 박수는 칸 영화제의 관례에 속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전평이다. 레드 카펫을 밟는 갈라 상영의 경우 주최 쪽의 초청을 받은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다. 영화 제작 관계자들이 박수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비경쟁부문 참가작이었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기립 박수를 받았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 공식 상영을 지켜본 국내 영화제 한 관계자는 “이 정도면 반응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약간 맥이 빠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박쥐>가 상을 타지 못할 것 같다고 속단해서는 곤란하다. 박수는 박수일 뿐, 착각하지는 말자는 얘기다.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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