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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별들의 전쟁? 화제작 하나 없는 칸

등록 2009-05-20 22:06수정 2009-05-20 22:07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테이킹 우드스탁·브로큰 임브레이시스·안티크라이스트·루킹 포 에릭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테이킹 우드스탁·브로큰 임브레이시스·안티크라이스트·루킹 포 에릭
한국 영화수입업자들 “빈손으로 돌아가게 생겼다”
폐막 3일 앞둔 칸 영화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폐막을 사흘 앞두고 있는 62회 칸 영화제를 요약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을 것 같다. 거장들이 대거 참여해 ‘별들의 전쟁’이 예상됐던 이번 영화제는 (적어도 현지시각 19일 현재까지는) 별다른 화제작이 없었던 지난해보다도 더 초라해 보인다. 현지 언론들에서는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칸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무슨 생각으로 경쟁작을 선정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 거장들의 범작


페넬로페 크루스의 출연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17번째 영화 <브로큰 임브레이시스>는 전형적인 거장의 ‘범작’이라는 평이다. 그의 다른 영화들처럼 음악과 미장센은 아름답지만,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나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히피 음악 페스티벌의 탄생을 다룬 리안의 <테이킹 우드스탁> 역시 <브로크백 마운틴> <색, 계>의 감독이 만든 영화치고는 평이하고 피상적이라는 평이다. 중국 러우예 감독의 동성애 영화 <스프링 피버>, 필리핀 브릴란테 멘도자 감독이 필리핀 뒷골목의 어두운 자화상을 그린 <키너테이>에 대한 반응도 차갑다. 특히 멘도자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악의 평점을 받아 ‘칸의 열등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 피로 물든 영화제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피로 물든 잔인한 영화들이 많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가장 좋은 평점을 받고 있는 프랑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예언자>를 비롯해, 두치펑 감독이 샘 페킨파의 스타일을 본떠 만든 액션 영화 <복수>, 박찬욱 감독의 뱀파이어 영화 <박쥐>, 라르스 폰 트리에르 감독의 <안티크라이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안티크라이스트>는 성기를 자르는 등의 충격적인 영상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할리우드 리포터 칸 데일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틴 타란티노, 샘 레이미, 가스파르 노에의 영화까지 가세할 경우 올해 칸 영화제는 레드 카펫의 색깔을 영화로 재현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성이 다수인 올해 심사위원단이 ‘피의 축제’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영국 영화들의 약진

상대적으로 영어권 감독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영국의 신예 앤드리아 아널드 감독의 <피시 탱크>는 엄마의 애인을 사랑하게 된 소녀의 눈을 통해 영국 하층민 가족의 위기를 신선하게 다뤘다. 켄 로치 감독은 1990년대를 풍미한 축구선수 에릭 캉토나가 직접 출연한 <루킹 포 에릭>을 통해 영국 노동계급의 삶과 사랑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19세기 영국 시인 존 키츠의 시와 사랑을 다룬 제인 캠피언 감독의 <브라이트 스타>도 높은 평점을 받았다. 한편 비경쟁 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의 작품이 경쟁작들보다 더 좋다는 의견이 많다. 이란 출신의 반체제 감독 바흐만 고바디의 음악 영화 <아무도 페르시안 고양이에 대해 모른다>와 루마니아 감독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의 <폴리스, 애직티브>, 봉준호 감독의 <마더>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 썰렁한 필름 마켓

칸 필름 마켓을 찾은 한국 영화수입업자들은 “영화가 너무 없어서 빈손으로 돌아가게 생겼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미국발 경제 위기로 투자가 얼어붙어 외국도 영화 제작편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 영화 수입사 관계자는 “한국도 영화 제작이 많이 줄었는데, 이러다간 내년에 극장에서 틀 영화가 별로 없을 것”이라며 “국내 영화 제작자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칸/이재성 기자 san@hani.co.kr


‘누벨 바그’ 바람은 살랑

알랭 레네·장뤼크 고다르 등 잇단 상영

알랭 레네
알랭 레네
지금 칸 영화제는 조용하고 은근하게 ‘누벨 바그’ 50돌을 기념하고 있다. 문학을 영상으로 만드는 데 만족했던 선배들의 영화를 ‘아버지의 영화’라는 이름으로 거부했던 누벨 바그는 세계 영화사에 짧지만 강렬한 낙인을 남겼다. 이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의 영화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민권을 얻은 계기가 1959년 칸 영화제였다. 프랑수아 트뤼포가 첫 장편 <400번의 구타>로 감독상을 탔고, 알랭 레네(사진)는 <히로시마 내 사랑>으로 관객상을 받았다.

칸 영화제는 올해 알랭 레네의 신작 <들풀>(영어 제목 : wild grass)을 경쟁 부문에 초청했다. 87살의 고령에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알랭 레네는 그동안 베네치아(베니스), 베를린 등 유럽의 다른 영화제와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미 세상을 떠난 트뤼포 대신, 그의 마지막 부인 파니 아르당의 행보가 눈에 띈다. 칸 영화제는 파니 아르당의 감독 데뷔작 <재와 피>를 22일 특별상영 부문에서 상영한다. 클래식 부문에서는 장뤼크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1965)가 상영됐다.

프랑스 68혁명 당시 트뤼포는 “파리의 영화인들까지 총파업을 벌이는 등 시위로 난리가 났는데, 어떻게 칸에서 축제를 할 수 있느냐”며 칸 영화제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알랭 레네와 달리 평소 정치 행동을 삼갔던 트뤼포로서는 이례적인 경우였다. 그 영향으로 칸 영화제에 대항한 새로운 영화적 흐름을 ‘발견’하자는 움직임이 생겼고, 1969년부터 칸 감독주간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누벨 바그의 적자를 자처하는 영화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5월호 특집으로 누벨 바그 50년을 대서특필하면서 “누벨 바그의 정신(새로움을 추구하는 혁명 정신)이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는가”라고 물었다. 한국 영화계에도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질문이다.

칸/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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