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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이방인, 가슴으로 품다

등록 2009-05-24 21:11수정 2009-05-24 21:13

〈처음 만난 사람들〉
〈처음 만난 사람들〉
탈북자·이주노동자 조명
인권문제 등 경쾌한 접근
“조금만 마음을 열어봐”
“우리나라는 단일민족국가”라는 학교 가르침이 여전한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대한민국은 현재 다문화·다민족 사회로 변모하고 있음을 부인하는 이는 없을 거라는 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마음속에는 여전히 ‘단일민족국가’의 성벽을 높이 쌓아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성벽을 두드리는 영화들이 잇따라 찾아온다. <처음 만난 사람들> <로니를 찾아서>(이상 6월4일 개봉) <반두비>(6월25일 개봉)는 ‘이방인’ 취급을 받는 이주노동자와 탈북자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다.

<처음 만난 사람들>(감독 김동현)은 탈북자와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의 우연한 만남과 여행을 그린 로드무비다. 우리 사회의 이방인을 두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녹록지 않은 삶과 그들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담담하게 살핀다.

하나원 교육을 막 마친 탈북자 진욱(박인수)에게 한국은 낯설기만 하다. 대형마트에서 이불 하나 사는 것도 쉽지 않다. 사회로 나온 첫날밤, 비슷비슷한 아파트의 무한반복에 기어이 길을 잃고 만다. 행인에게 도움을 청해도 냉담한 반응뿐이다. 다음날 진욱은 하나원 동기들을 만나러 부산으로 가는 버스에서 베트남 청년 팅윤(꽝스)을 만난다.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팅윤은 전북 부안으로 가려다 부산행 버스를 잘못 탔다. 진욱은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면서도 팅윤의 딱한 처지를 그냥 넘기지 못한다. 둘은 그렇게 부안으로의 여행에 나선다.

둘은 의사소통이 잘 안된다. 팅윤이 사진을 보여주며 베트남어로 “여자친구”라고 말해도 진욱은 “여동생이구만. 결혼은 했나?”라며 제 할 말을 이어나간다. 둘의 이상한 대화는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영화 후반부에서 둘은 이런 이상한 대화를 나누다 얼싸안고 엉엉 운다. 말은 안 통해도 서로에게 더없이 따뜻한 위로가 되는 순간이다. 김 감독은 “언어의 차이를 떠나 우리는 모두 본질적으로 같은 감정을 가진 인류라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팅윤이 할 줄 아는 유일한 한국말 “때리지 마세요. 나도 인간입니다”를 내뱉는 대목은, 우리가 진정 그들을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로니를 찾아서〉
〈로니를 찾아서〉
<로니를 찾아서>(감독 심상국)는 유준상 주연의 버디무비다. 이주노동자를 공동 주연으로 내세우지만, 이들의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기보다는 경쾌한 리듬으로 전개하며 곱씹을 거리를 던진다. 1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장편 부문에서 ‘특별 언급’으로 꼽혔다.

이주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는 안산 원곡동에서 태권도장을 하는 인호(유준상)는 자율 방범 활동을 하다 이주노동자 로니(마붑 알엄)의 노점을 엎어버린다. 로니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인호에게 대련을 제안하고, 로니의 예기치 못한 한 방에 인호는 뻗어버리고 만다. 이후 인호의 태권도장은 파리만 날리게 되고, 모든 일이 꼬여만 간다. 복수심에 불타는 인호는 로니의 동료 뚜힌(로빈 시에크)을 붙잡아 사라진 로니를 함께 찾아나설 것을 제안하고, 그렇게 둘의 이상한 동행이 시작된다. 티격태격 싸우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끝내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되는 인호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우리도 고향을 떠나 먹고살려고 이곳에 온 외지인인데, 누가 누구에게 텃세를 부릴 수 있겠느냐”는 전자오락실 주인의 반문이 가슴에 남는다.

〈반두비〉
〈반두비〉
<반두비>(감독 신동일)는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와 한국 여고생과의 우정과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싸늘한 시선을 정면으로 다루며, 정권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도 유머러스하게 녹여냈다. 10회 전주 영화제에서 관객평론가상을 받았다.


임금을 떼인 카림(마붑 알엄)이 여고생 민서(백진희)에게 돈을 받아달라고 도움을 청하는 데서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된다. 영화는 백인 영어강사와 이주노동자를 180도 다르게 대하는 한국인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꼬집기도 한다. 카림은 예비 새아빠가 싫다는 민서에게 “조금만 마음을 열어”라고 말한다. 카림이 우리에게 직접 건네는 말 같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인디스토리·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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