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칸영화제]
박 감독 “송강호와 영광 나누고파”
유례없이 극단적이었던 영화들
수상작 발표마다 야유 쏟아지기도
박 감독 “송강호와 영광 나누고파”
유례없이 극단적이었던 영화들
수상작 발표마다 야유 쏟아지기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지난 24일 저녁(현지시각) 열린 62회 칸영화제 시상식에서 영국 영화 <피쉬 탱크>와 공동으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상은 황금종려상, 심사위원대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에 이어지는 칸 영화제 시상식의 일곱번째 영예다. 박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바 있다.
시상대에 오른 박 감독은 “아무래도 나는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에는 멀었나 보다. 창작의 고통이라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고 말을 뗐다. 그는 “스토리 구상부터 개봉까지, 인터뷰 할 때만 제외하면 모든 과정이 즐거움”이라면서 “즐거움의 마지막 단계는 칸 영화제다. 심사위원들에게 감사드리며, 형제와 다름없는 친구이자 동료인 송강호와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오스트리아 감독 미하엘 하네케의 <하얀 리본>이 차지했다. 1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 한 마을의 도덕적 공황 상태를 질식할 듯 미려한 화면으로 표현해 낸 작품이다. 하네케는 2001년 <피아니스트>로 심사위원대상을, 2005년 <히든>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하네케는 시상대에서 “내 아내는 종종 나에게 행복하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지금 이순간, 나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장인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는 “항상 인간 영혼을 파고드는 감독의 철학적인 영화”라는 말로 시상의 변을 밝혔다.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예언자>는 두번째 영예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예언자>는 경찰 폭행으로 6년형을 선고받은 순진한 아랍계 청년이 교도소의 삶을 통해 점점 무시무시한 마약상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감옥 영화다. 감독상은 <키나테이>를 만든 필리핀 감독 브리얀테 멘도사가 받았고, 중국 러우예 감독의 <스프링 피버>는 각본상을 가져갔다. 남녀주연상은 틴 타란티노의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에 출연한 오스트리아 배우 크리스토프 발츠와 라르스 폰 트리에르의 <안티 크라이스트>에 출연한 프랑스 배우 샤를로트 갱스부르에게 각각 돌아갔다. 신인 감독의 작품에 주어지는 황금카메라상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워릭 손턴 감독이 만든 <삼손과 데릴라>가 차지했고, 평생공로상은 <잡초>의 알랭 레네 감독이 수상했다.
이번 시상 결과는 최근 몇년간 칸 영화제의 역사에 비춰 이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상식이 생중계된 칸 영화제 드뷔시 극장에 모인 각국 기자들은 수상작이 발표될때마다 엄청난 야유를 쏟아냈다. 황금종려상과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한 <하얀 리본>과 <예언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상작들이 영화제 내내 악평에 시달린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브리얀테 멘도사와 러우예가 감독상과 각본상을 받는 순간 극장은 빗발치는 야유로 가득했고, 박찬욱 감독의 이름이 불릴 때도 상당수 기자들이 야유했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논쟁은 분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상식 뒤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에서 터키 감독 누리 빌게 제일란은 “많은 경우 만장일치는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답변했다.
올해 칸 영화제에는 유례없이 참혹하고 극단적인 영화들이 내내 이어졌다. 칸 해변은 거대한 논쟁의 장으로 돌변했고, 기다리던 거장들의 신작은 높은 기대치에 보답하지 못했다. 62회 칸 영화제는 개막부터 폐막까지 무수한 이슈들을 쏟아내며 12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칸/김도훈 <씨네21> 기자 groove@cine21.com
2009 칸영화제 수상작
영화 <박쥐>의 박찬욱 감독(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주연배우 송강호(왼쪽에서 두번째)가 레드 카펫 위에서 가족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AP 연합
칸/김도훈 <씨네21> 기자 groove@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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