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나의 침묵’
다르덴 형제 ‘로나의 침묵’
2008년 칸 영화제 각본상
불법이민자의 절박한 외침 벨기에의 탄광도시 리에주에 한 여자(로나·아르타 도브로시)가 산다. 동유럽의 빈국 알바니아 출신의 이 여자는 벨기에 국적을 얻으려고 한 남자(클로디·제레미 레니에)와 위장 결혼을 했다. 남자는 마약에 절어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인생. 그런데 여자에게서 새 삶의 빛을 보았는지, 남자는 마약을 끊고 싶다고, 여자에게 도와달라고 애걸한다. 애인이 따로 있는 여자는 고통스러워하는 남자를 외면하다 결국 자기 몸의 따뜻한 온기로 남자를 품어 금단현상을 달래준다. 불행의 씨앗은 바로 이날 잉태된다. 벨기에가 낳은 세계적 거장 다르덴 형제(장피에르 다르덴, 뤼크 다르덴) 감독의 <로나의 침묵>은 화면을 예쁘게 치장하는 데 도무지 관심이 없다. 도시의 전경 한번 시원하게 보여줄 법한데, 관객의 기대를 끝내 배반한다. 이야기보다 미장센에 치우친 동시대 예술 감독들에게 여봐란듯이, 카메라는 움직이는 인물을 따라가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서인지 도시는 더욱 답답하고 고독하게 느껴진다. 여자는 하루빨리 남자와 이혼해야 한다. 벨기에 국적을 취득하려는 러시아 남자와 또 한번의 위장 결혼을 해야 돈이 생긴다. 그 돈으로 여자는 애인과 함께 작은 음식점을 내는 게 소원이다. 여자 뒤에 있는 마피아 조직은 남자를 약물 과다사용을 위장해 죽이려 한다. 그러나 남자를 동정하는(혹은 사랑하게 되는) 여자는 남자를 살리고 싶어 하고, 조직과 갈등하게 된다. <로나의 침묵>은 이주노동자 혹은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해 유럽 지성들이 보낸 여러 응답의 하나다. 파업 현장을 돌며 60여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이 리얼리스트 형제 감독은 1996년작 <약속>(역시 제레미 레니에가 주연했다)에 이어 두번째로 불법 이민자 문제를 다뤘다. 이들에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번째로 안겨준 영화 <로제타>는 벨기에 청년 실업자를 다룬 이야기인데, 영화 개봉 이듬해 영화 제목과 주인공 이름을 딴 ‘로제타 플랜’이라는 청년 고용 대책이 시행되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절박한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매끄럽게 전달될 것 같지는 않다. 로나의 심경 변화 등 결정적인 국면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2008년 칸 영화제가 이 영화에 황금종려상 대신 각본상을 준 이유는 아마도 여기 있을 것 같다. 4일 개봉. 이재성 기자, 사진 위드시네마 제공
불법이민자의 절박한 외침 벨기에의 탄광도시 리에주에 한 여자(로나·아르타 도브로시)가 산다. 동유럽의 빈국 알바니아 출신의 이 여자는 벨기에 국적을 얻으려고 한 남자(클로디·제레미 레니에)와 위장 결혼을 했다. 남자는 마약에 절어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인생. 그런데 여자에게서 새 삶의 빛을 보았는지, 남자는 마약을 끊고 싶다고, 여자에게 도와달라고 애걸한다. 애인이 따로 있는 여자는 고통스러워하는 남자를 외면하다 결국 자기 몸의 따뜻한 온기로 남자를 품어 금단현상을 달래준다. 불행의 씨앗은 바로 이날 잉태된다. 벨기에가 낳은 세계적 거장 다르덴 형제(장피에르 다르덴, 뤼크 다르덴) 감독의 <로나의 침묵>은 화면을 예쁘게 치장하는 데 도무지 관심이 없다. 도시의 전경 한번 시원하게 보여줄 법한데, 관객의 기대를 끝내 배반한다. 이야기보다 미장센에 치우친 동시대 예술 감독들에게 여봐란듯이, 카메라는 움직이는 인물을 따라가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서인지 도시는 더욱 답답하고 고독하게 느껴진다. 여자는 하루빨리 남자와 이혼해야 한다. 벨기에 국적을 취득하려는 러시아 남자와 또 한번의 위장 결혼을 해야 돈이 생긴다. 그 돈으로 여자는 애인과 함께 작은 음식점을 내는 게 소원이다. 여자 뒤에 있는 마피아 조직은 남자를 약물 과다사용을 위장해 죽이려 한다. 그러나 남자를 동정하는(혹은 사랑하게 되는) 여자는 남자를 살리고 싶어 하고, 조직과 갈등하게 된다. <로나의 침묵>은 이주노동자 혹은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해 유럽 지성들이 보낸 여러 응답의 하나다. 파업 현장을 돌며 60여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이 리얼리스트 형제 감독은 1996년작 <약속>(역시 제레미 레니에가 주연했다)에 이어 두번째로 불법 이민자 문제를 다뤘다. 이들에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번째로 안겨준 영화 <로제타>는 벨기에 청년 실업자를 다룬 이야기인데, 영화 개봉 이듬해 영화 제목과 주인공 이름을 딴 ‘로제타 플랜’이라는 청년 고용 대책이 시행되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절박한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매끄럽게 전달될 것 같지는 않다. 로나의 심경 변화 등 결정적인 국면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2008년 칸 영화제가 이 영화에 황금종려상 대신 각본상을 준 이유는 아마도 여기 있을 것 같다. 4일 개봉. 이재성 기자, 사진 위드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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