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남성 다큐영화 ‘3×FTM’
성전환 남성 다큐영화 ‘3×FTM’
트랜스젠더. 태어날 때 부여받은 생물학적 성과 다른 성별로 살아가(고 싶어하)는 이들을 뜻한다. 연예인 하리수,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뮤지컬 <헤드윅> 등이 널리 알려진 탓인지 트랜스젠더 하면 대부분 성전환 여성(MTF: Male Toward Female)을 떠올린다.
여기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야 하는 이들이 있다. “하리수 반대편”이라는 웃지 못할 용어로 설명되곤 하는 성전환 남성(FTM:Female Toward Male)이다. 4일 개봉하는 <3×FTM>은 성전환 남성 3명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고종우씨는 여름이 싫다. 뙤약볕 아래서 오토바이를 타야 하는 그에게 가슴 압박 붕대는 ‘갑옷’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남들에게 신체의 여성적 특징을 들키는 것보다는 낫다. 스스로를 “엄마 뱃속에서부터 남자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남자로 보이고 싶었다”는 한무지씨에게 첫 생리의 기억은 끔찍하다. 하필이면 하얀 체육복 위로 붉은 피가 번졌다. 그걸 본 친구들을 이전처럼 대할 자신이 없어졌다. 나중에 가슴 절제술을 받고서야 자신 있게 웃통을 벗어 던질 수 있게 됐다.
김명진씨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2’를 ‘1’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다니던 회사 사장은 이 사실을 알고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력서에 여자 고등학교의 ‘여자’를 빼고 그냥 고등학교라고 적었다는 이유에서다. 징병 검사에서도 수모를 당해야 했다. 그는 이 모든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3×FTM>은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가 제작했다. 이 모임의 김일란 감독은 같은 성전환 남성이라 해서 한 덩어리로 뭉뚱그려 정형화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이들 3명 사이에도 엄연한 개인차가 있음을 세밀하게 잡아낸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메시지보다, 단지 ‘조금 다른 남자’일 뿐 그들도 다 같은 ‘사람’이라는 얘기를 조근조근 전한다.
연분홍치마는 이 영화 말고도 커밍아웃을 한 여성 정치인 최현숙씨를 다룬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남성 동성애자 4명의 이야기 <종로의 기적>까지 ‘커밍아웃 3부작’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서정민 기자, 사진 연분홍치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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