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샘 레이미, 돌아왔으니 괜찮아

등록 2009-06-14 18:31

<드래그 미 투 헬>
<드래그 미 투 헬>
허지웅의 극장뎐 /

샘 레이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블 데드> 시리즈와 그의 거무튀튀한 친구들, 이를테면 피터 잭슨이나 스튜어트 고든의 웃음기 섞인 비(B)급 호러영화들을 함께 언급하는 것도, 그래서 그들이 조만간 새로운 호러영화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장탄식으로 끝내는 것도, 아이고 이젠 정말 지겨워 진절머리가 난다. 아니 내가 왜 이 게으른 사람들의 변호를 자처하는 거지? 수십 년 전의 걸작이야 우리 집 금송아지고, 지금 그들의 공포영화를 좀 보라고. 아예 만들지 않거나, 만들더라도 정말 심심하다. 아, 스튜어트 고든은 재작년의 <스턱>이 훌륭했으니 논외로 하자.

스튜어트 고든에게 결례를 범한 건 다 샘 레이미 때문이다. 그의 호러영화 연출 이력은 <이블 데드> 시리즈와 <다크맨>을 제외하면 <토마토 특공대> 한 편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하물며 1편도 아니고 조지 클루니 나오는 <토마토 특공대: 토마토의 귀환> 정도랄까. 샘 레이미가 <스파이더맨 4>보다 <이블 데드 4>를 먼저 만들겠다고 드디어 공언했을 때는, 그래서 기분 정말 별로였다. 그의 재능은 바닥났어. 최소한 호러영화 쪽으론 완전히 산산조각 끝장난 거라고. 필름 아깝게 그걸 뭐하러 만드냐.


<드래그 미 투 헬>
<드래그 미 투 헬>
그러니까,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랬다는 이야기다. <드래그 미 투 헬>은 <스파이더맨> 연작에 정신 팔려있던 샘 레이미가 9년 만에 내놓은 호러 신작이다. 집시 노파가 대출 연장을 거절한 은행원에게 저주를 퍼부어 지옥으로 떨어뜨린다는 내용의 생활형 호러다. 너무나 놀랍고 뻔뻔스럽게도, <드래그 미 투 헬>은 샘 레이미의 전성기 시절 B급 호러영화들만큼 충분히 재미있다. 한 양동이의 핏덩이와 뱃가죽을 뻐근하게 만드는 폭소가 공존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피지(PG)-13’(15살 관람가)으로 끊었다! 할렐루야!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1980년대 유니버설 스튜디오 로고로 시작해서, 마찬가지로 80년대 유니버설 스튜디오 투어 카드로 끝나는 이 영화는, 그가 80년대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통해 배급했던 호러영화들 마냥 시종일관 빠르고 명쾌하며 한 프레임조차 돌아볼 생각이 없다는 듯 의기양양하다. 애초 앨런 페이지가 연기하기로 했으나 알리스 로먼에게 낙찰된 주인공은 브루스 캠벨에게 빙의라도 된 듯 요란한 슬랩스틱을 정숙하게 건사해낸다. 혹시나 이 영화에도 브루스 캠벨이 카메오로 출연하지 않았을까 찾아볼 관객이 있을 것 같아 조언하자면, 그는 드라마 <번 노티스> 스케줄이 바빠 참여하지 못했다. 대신 샘 레이미가 스치듯 지나가니 주의를 요한다. <퀵 앤 데드>를 제외한 샘 레이미의 모든 영화에 등장했던 고물차 ‘델타88’도 여전히 나온다. 발견하게 되면 번호판에 뭐라 적혀있는지 잘 살펴보자.

허지웅 문화칼럼니스트 ozzyzz@gmail.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