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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역도 소녀’ 10년 연기 인생 들어올리다

등록 2009-06-28 19:35수정 2009-06-28 23:44

‘킹콩을 들다’ 조안
‘킹콩을 들다’ 조안
‘킹콩을 들다’ 조안
드라마 촬영 때문에 약속 시간에 늦은 조안(27)은 미안하다며 머리를 연방 조아렸다. “고급 인력을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해서 어떡해요”라고 농을 섞어 사과하는 여배우에게 화를 낼 강심장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이런 능력이 겸손한 성격에서 나오는 것인지, 데뷔 10년차를 맞는 프로의 수완인지 구분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배우가 또래보다 훨씬 성숙하고 속 깊은 사람인 것 같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얼굴 검게 칠하고 살찌우고…
“전환점 될 것 같아” 작심하고 망가져
“한순간도 예뻐보이려 한 적 없어요”


‘킹콩을 들다’ 조안
‘킹콩을 들다’ 조안
영화 <킹콩을 들다>의 영자 역을 맡은 것도 웬만한 여배우라면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일이다. 검게 그을린 듯 검게 칠한 얼굴에 버짐을 그려넣고, 역도 선수처럼 보이기 위해 몸무게를 늘려야 했다.

“처음엔 망설였지만, 제 연기 인생에서 뭔가 전환점이 될 것 같았어요. 조안 쟤 예뻐 보이려고만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연기하려고 하는 연기자구나, 저런 배역도 소화하는구나 하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일단 하기로 결정한 뒤에는 “제대로 망가지기로” 작심했다. “어설프게 망가져서 욕먹고 싶지 않았다.” 분장도 제일 까맣게 해달라고 주문했고, 울 때도 어떻게 하면 더 촌스러울까 생각하며 “코를 찔찔” 흘렸다.

“한 가지 자신할 수 있는 건 단 한 순간도 예뻐 보이려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거예요. 이런 배역 하면서 예뻐 보이려고 하는 것만큼 추한 건 없다, 캐릭터에 최대한 가까이 가는 게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촬영장이었던 전남 보성의 빵집에 빵을 사러 갔을 때, 주인이 처음엔 돈을 안 낼까봐 경계하다가 나중엔 불쌍해 보였는지 덤까지 줄 정도였다. 머리 맞는 장면에서는 100대 이상을 정말로 맞았고, 몽둥이로 얻어맞는 장면에서도 시퍼렇게 멍이 들 정도로 맞았다. 맞는 소리가 너무 리얼해서 효과음을 쓰지 않았다.

중학교 때, 친구들 얼굴을 만화로 그려주고 과자와 물물교환을 했을 정도로 그림을 잘 그렸던 그는 귀엽고 따뜻한 삽화가 담긴 동화책을 내는 게 꿈이다. 또 하나의 꿈은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것. 영어가 좋아 통역·번역가가 되려고 외고에 진학했던 조안은 고3 때 삼촌 집에 놀러갔다가 삼촌의 친구인 탤런트 이광기를 만나 우연히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배우의 길은 험난했다. 10년 동안 수십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내세울 만한 히트작이 없다.


‘킹콩을 들다’
‘킹콩을 들다’
“워낙 많이 망했어요. 그나마 잘된 게 <여고괴담3-여우계단> 정도. 첫 주연을 맡았던 공포영화 <므이>가 망했을 때는 정말 민망했어요. 다른 영화처럼 핑계를 댈 수도 없고, 죄책감까지 들었죠.”

상처도 많이 받고, 우울증도 겪었다. <킹콩을 들다>에서 마음껏 망가지기까지 이런 곡절이 있었다. 이제 그는 “계속 작품이 들어오는 것에 감사하며 마음을 비웠고”, “튀려고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묻혀 가는 게 더 아름다운 장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허심의 역설일까? 그는 <킹콩을 들다>의 모든 배우들 중 존재감이 가장 커 보인다. 영화에서 그가 들어올리는 건 바벨이 아니라, 배우 조안의 연기 인생인 것 같다. 영화의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앞으로 그는 <킹콩을 들다>의 조안으로 기억될 것이다.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킹콩을 들다’
‘킹콩을 들다’
역도 소재 스포츠 신파 영화

역도를 소재로 한 <킹콩을 들다>는 대중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스포츠 신파 영화다. 경기 중 사고를 당해 운동을 포기하고 방황하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출신의 역도 선수 이지봉(이범수)이 시골 여학교의 코치로 부임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그는 잘해봐야 자기처럼 3류 인생이 될 뿐이라며 학생들에게 운동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나 천애의 고아인 영자가 오갈 데가 없어지자, 학교 연습실 옆에 숙소를 마련하고 끼니를 챙겨주며 훈련을 시키기 시작한다.

영화는 2000년 전국체전에서 15개의 금메달 중 14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휩쓸었던 시골 고등학교 소녀 역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깔고 있다. 대개의 스포츠 드라마가 그러하듯 ‘찌질한’ 인생들의 성공 스토리인데, 불안한 사투리, 진부한 에피소드, 몇몇 조연의 어색한 연기 등이 몰입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이 있다면, 그건 전적으로 몸을 사리지 않고 분투하는 배우들 덕분일 것이다. 감독 박건용. 7월2일 개봉.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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