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접점 찾기”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에서 주목받는 영화 중 하나가 노진수 감독의 '노르웨이의 숲'(2009)이다. 그는 이 영화로 국내외 평단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시체를 버리러 숲을 찾은 두 명의 건달, 밀회를 즐기러 산을 찾은 불륜 커플, 접착제 냄새의 환각에 빠지려는 불량 학생들 그리고 도살자 등이 등장해 얽히고설키는 관계 속에 전개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코엔 형제와 히치콕의 영화를 뒤섞어 놓은 듯한 이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극적인 구성과 삶의 아이러니를 절묘하게 포착, 전달한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수작이다. 그리고 인상적인 장면이 적어도 세 장면 이상 나온다.
노진수 감독을 최근 부천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노르웨이의 숲'은 B급 호러영화를 표방한 탓인지 내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장면, 도살자가 배를 갈라 간을 꺼내는 장면 등 잔인한 화면이 적지않게 등장한다. 학생들도 볼만한 수위로 만들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사실 안 보여줘도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죠. 조금 에둘러 가면 되니까요. 그런데 그런 장면들은 제 영화에서 중요해요. 저는 불편함의 끝까지 가봐야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왜 견디기 어려운지 관객 스스로 알아야 해요. 잔혹한 장면을 넣은 건 그런 부분을 건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관객들을 괴롭히고 싶었어요. 사실 예산 부족 때문이지, 사지절단까지 가려고도 했죠."(웃음)
그의 영화는 조금만 봐도 영화광의 숨결이 느껴진다. 대가들의 영화를 비틀고, 패러디한다. 그러면서도 싸구려 느낌이 나지 않는 이유는 전적으로 짜임새 있는 플롯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은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해 산으로 들어가지만, 영화가 끝나면 벌어진 상황을 아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게 되죠. 여기서 삶의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죠. 그런 상황을 조성하고자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죠. 제가 영향을 받은 영화들의 공식적인 패턴을 따라가다가 이를 반복적으로 뒤집어 새로움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89학번으로 국문학도인 그는 졸업 후 29살 때부터 충무로에서 일했다. '텔미썸딩'(1999)의 장윤현 감독 제작부와 '스캔들'(2002)의 이재용 감독 밑에서 연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는 주로 시나리오를 쓰거나 각색을 하며 생업을 이어왔다. 영화 '해변으로 가다'(2000)와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도 그의 손길을 거친 작품들이다. 지난해 '하늘을 걷는 소년'(2008)으로 장편 영화에서 데뷔했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인 '노르웨이의 숲'은 벌써 영국 리스영화제에 출품이 확정됐을 만큼 국내외의 시선을 끌고 있다. "'하늘을 걷는 소년'은 원작자가 따로 있었고, 각색하는 데에도 다소 어려움이 있었어요. 별로 찍고 싶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회사 사정상 제가 할 수밖에 없었죠. 제가 기획한 대로 찍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노르웨이의 숲'은 실질적인 저의 장편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영화 완성도는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 제가 의도한 대로 나와서 대체로 만족하는 작품입니다." 그가 나름 자신 있게 내놓은 이 영화에서 잘 빚어진 캐릭터는 작품에 생동감을 더한다. 그들은 폭력과 섹스의 욕망에 휘둘리고, 갈등을 반복하며 마더 콤플렉스에도 시달린다. 노 감독은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본 결과라고 말한다. "도살자인 효섭이는 마더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인물이죠. 어머니가 죽었지만, 여전히 어머니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저도 마더 콤플렉스에 시달린 적이 있고, 체격이 왜소해 강한 힘을 욕망한 적이 있었죠. 여성적인 유약한 부분도 있고요. 기획단계부터 울창한 숲에서 내 안의 분신들이 나와 아이러니에 빠진다는 설정을 하고 시작했어요." 그는 '노르웨이 3부작'을 구상하고 있다. 2편은 1편의 생존자들이 투숙하면서 벌어지는 일화들을 담은 '노르웨이의 호텔'을, 3편은 사회병리적 현상을 주제로 한 '노르웨이의 병원'을 기획하고 있다. 아울러 소설가 김영하의 단편 '오빠가 돌아왔다'를 원작으로 한 장편도 찍을 계획이다. 1억원의 저예산으로 썩 괜찮은 영화 작품을 내놓은 그에게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으냐고 물었다. "상업적인 영화와 제 취향에 맞는 장르적 영화 사이에서 어떻게 접점을 찾을까 고민입니다. 하지만, 제 색깔이 드러나지 않는 완전히 상업적인 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부천=연합뉴스)
"등장인물들은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해 산으로 들어가지만, 영화가 끝나면 벌어진 상황을 아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게 되죠. 여기서 삶의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죠. 그런 상황을 조성하고자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죠. 제가 영향을 받은 영화들의 공식적인 패턴을 따라가다가 이를 반복적으로 뒤집어 새로움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89학번으로 국문학도인 그는 졸업 후 29살 때부터 충무로에서 일했다. '텔미썸딩'(1999)의 장윤현 감독 제작부와 '스캔들'(2002)의 이재용 감독 밑에서 연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는 주로 시나리오를 쓰거나 각색을 하며 생업을 이어왔다. 영화 '해변으로 가다'(2000)와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도 그의 손길을 거친 작품들이다. 지난해 '하늘을 걷는 소년'(2008)으로 장편 영화에서 데뷔했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인 '노르웨이의 숲'은 벌써 영국 리스영화제에 출품이 확정됐을 만큼 국내외의 시선을 끌고 있다. "'하늘을 걷는 소년'은 원작자가 따로 있었고, 각색하는 데에도 다소 어려움이 있었어요. 별로 찍고 싶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회사 사정상 제가 할 수밖에 없었죠. 제가 기획한 대로 찍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노르웨이의 숲'은 실질적인 저의 장편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영화 완성도는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 제가 의도한 대로 나와서 대체로 만족하는 작품입니다." 그가 나름 자신 있게 내놓은 이 영화에서 잘 빚어진 캐릭터는 작품에 생동감을 더한다. 그들은 폭력과 섹스의 욕망에 휘둘리고, 갈등을 반복하며 마더 콤플렉스에도 시달린다. 노 감독은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본 결과라고 말한다. "도살자인 효섭이는 마더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인물이죠. 어머니가 죽었지만, 여전히 어머니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저도 마더 콤플렉스에 시달린 적이 있고, 체격이 왜소해 강한 힘을 욕망한 적이 있었죠. 여성적인 유약한 부분도 있고요. 기획단계부터 울창한 숲에서 내 안의 분신들이 나와 아이러니에 빠진다는 설정을 하고 시작했어요." 그는 '노르웨이 3부작'을 구상하고 있다. 2편은 1편의 생존자들이 투숙하면서 벌어지는 일화들을 담은 '노르웨이의 호텔'을, 3편은 사회병리적 현상을 주제로 한 '노르웨이의 병원'을 기획하고 있다. 아울러 소설가 김영하의 단편 '오빠가 돌아왔다'를 원작으로 한 장편도 찍을 계획이다. 1억원의 저예산으로 썩 괜찮은 영화 작품을 내놓은 그에게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으냐고 물었다. "상업적인 영화와 제 취향에 맞는 장르적 영화 사이에서 어떻게 접점을 찾을까 고민입니다. 하지만, 제 색깔이 드러나지 않는 완전히 상업적인 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부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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