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애니메이션 ‘업’
3D 애니메이션 ‘업’
“우리는 풍선을 달고 공중을 나는 집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건 ‘세상에서의 탈출’이라는 우리가 추구하는 테마에 꼭 들어맞았다. 여기서 말하는 세상은 ‘관계’를 의미한다. 극중 ‘칼’은 탐험 여행을 통해 잃어버렸던 세상과의 관계를 회복해간다.”(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 피트 닥터)
월트 디즈니와 픽사 스튜디오의 세계에서라면 내가 살고 있는 집이 하늘로 붕 떠오른다는 ‘만화 같은’ 상상력이 곧 현실이 된다. 픽사의 10번째 영화 <업>은 고집스러운 영감 칼 프레드릭슨과 실수투성이 야생 탐사대원이자 초등학생인 러셀이라는 사랑스런 캐릭터들을 창조해 냈다. 이 두 3등신 캐릭터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왔던 것처럼 친숙하다. 칼은 어린 시절 소꿉친구인 엘리를 만나 탐험가의 꿈을 키우지만 한 번도 실행하지 못하고 늙어버렸다. 사랑하던 엘리가 죽고 집마저 철거될 위기에 놓이자 헬륨 풍선을 집에 매달아 하늘로 날아오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불청객 러셀이 동승하게 되고, 우충좌돌의 모험이 펼쳐진다.
날지 못하는 희귀 새 케빈, 생각을 말로 바꿔주는 개소리 통역 장치를 목에 매단 더그를 비롯한 개들 등 영화가 진행되면서 하나씩 등장하는 낯선 캐릭터들로 심심할 겨를이 없다. 픽사의 첫 3디(3D: 입체) 애니메이션인 이 영화는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했던 <월-이(E)>보다 훨씬 스펙터클하고, 지금까지 나온 어떤 3D 애니메이션보다 입체감이 뛰어나다. 그럼에도 따뜻한 정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제작진이 처음부터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살리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인물들의 표정이나 살갗 등을 정밀하게 표현하는 극사실주의 대신 특징만을 잡아 묘사하는 캐리커처 식의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다. 부모와 아이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여름방학용 영화다. 30일 개봉.
이재성 기자
3D 애니메이션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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