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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숨가쁜 내리막길 딛고 짜릿한 비행

등록 2009-07-29 20:31

영화 ‘국가대표’
영화 ‘국가대표’
29일 개봉한 ‘국가대표’
스키점프 대표팀에 모여든 비주류 인생 이야기
압도적 활공장면·음악이 헐거운 드라마 보듬어
29일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스키 점프’다. 새가 되어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두 가닥 막대기에 실어 실현하는 스키 점프는 중력에 대한 가장 통렬한 저항이자, 탁월한 영상 미학을 내재한 스포츠다. 김용화 감독이 <미녀는 괴로워>의 한 공동 제작자로부터 석줄짜리 시놉시스를 처음 전해 듣고서 가장 먼저 떠올린 이미지가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 압도적인 활공 장면

가파른 경사면을 시속 100~120㎞로 미끄러진 뒤, 마치 탄환처럼 90~120m를 날아가는 이 영화의 활공 장면은 국내외 어떤 스포츠 영화보다도 압도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완벽에 가까운 시지(CG: 컴퓨터 그래픽)와 캠캣(Camcat: 선수들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면서 촬영할 수 있도록 와이어에 매단 카메라)으로 촬영한 경기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국내 4명밖에 없는 실제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신한 이 장면들이 주는 감동은 짧은 체공 시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다. 그리고 그 매력은 다소 헐거운 드라마의 약점을 용서할 수 있게 해준다.


영화 ‘국가대표’
영화 ‘국가대표’
■ ‘가족’으로 엮은 드라마

1996년 전라북도 무주.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식 종목 중 하나인 스키 점프 국가대표팀이 급조된다. 생모를 찾아 한국에 온 미국 입양인 밥(하정우), 나이트클럽 웨이터 흥철(김동욱), 할머니와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군대 면제가 절실한 칠구(김지석), 아버지가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날마다 맞아가며 일하는 재복(최재환). 영화는 이들이 국가대표가 될 수밖에 없는 사연과 비인기 종목의 설움, 희극처럼 보이는 열악한 훈련 과정, 몇 번의 팀 해체 위기를 거쳐 감동의 스키 점프 장면으로 이어진다. 드라마를 끝까지 끌고가는 힘은 (흥철을 제외한) 선수들 각자의 가족 이야기다. 가족은 이들이 국가대표가 되게 하는 모티프이자, 영화의 결말이 궁극적으로 안착하는 지점이다.

■ 음악은 제2의 주인공

김 감독의 다른 영화처럼 <국가대표>에서도 음악은 관객의 심박수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선수들이 하늘을 날 때 깔리는 <버터플라이> 등의 주제곡을 2인조 밴드 러브홀릭의 베이시스트 겸 프로듀서인 이재학 음악감독이 만들었다. 김 감독과 이 감독은 중앙대 동기동창으로, 학내 밴드 ‘씨커즈’에서 김 감독은 보컬, 이 감독은 베이스로 활동했다. <미녀는 괴로워>에 이어 두번째로 작품을 함께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케이엠컬쳐 제공


■ ‘국가대표’ 감독 김용화 인터뷰

“국가보다 자기 인생 대표해야죠”

‘오!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 연출
“지친 삶 위로하는 영화 만들고파”


김용화(38) 감독
김용화(38) 감독
김용화(38) 감독은 3년 차이로 개봉한 <오! 브라더스>와 <미녀는 괴로워>, 단 두편의 영화로 충무로를 대표하는 흥행 감독이 됐다. 신파와 대중성의 경계선에서 관객 마음을 빼앗는 영리한 연출로 1000만 관객과 눈을 맞췄다.

역시 3년 만에 내놓는 세번째 영화 <국가대표>도 두 전작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순제작비는 전작들보다 두세 배 늘어났지만, 대중을 위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고집만은 여전하다. 중앙대 영화과 재학 시절, “존경하는 감독으로 다들 타르콥스키, 앙겔로풀로스 등의 이름을 댈 때 혼자 스필버그를 댔다가 ‘따’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로보캅>에 환호했고,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힘든 일을 잊었던” 그로선 솔직한 대답이었지만.

김 감독은 요즘도 “영화의 힘은 보편적이며, 인간의 정서란 통역이 필요 없는 것”이라는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21그램> <바벨> 등) 감독의 말을 되뇌인다. 국경과 세대, 계급 차이를 넘어서는 보편적 영화를 만들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다. 오히려 그는 한국 영화계에서 감독 발언권이 지나치게 센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영화는 감독 것이라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감독은 (상업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지지 못할 거라면 저예산으로 만들거나.”

<오!…>의 오상우(이정재)와 아버지, <미녀는…>의 한나(김아중)와 아버지, 그리고 <국가대표>의 밥(하정우)과 생모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중심 정서가 할리우드 단골 메뉴인 가족주의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당당하다. “내가 실제로 겪은 일들이거나 주위에서 본 얘기들”이라는 것. “<오!…>는 오히려 가족 해체주의에 가깝고, <미녀…>의 한나에게 아버지는 인생의 재앙이나 다름없는데 그게 어떻게 가족주의냐”고 반문한다. <국가대표> 막바지에 주인공들이 애국가를 부르며 우는 장면에 대해서는 “웃기려고 집어넣은 것”이라며 “자기 인생을 대표하는 게 중요하지, 애국가 가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시사회 하는데 애들이 제일 재미있게 보더라구요. 선수들이 점프에 성공할 때마다 <똘이장군> 볼 때처럼 막 박수치고, 실패하면 안타까워 탄성 지르고…. 제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삶에 지쳤을 때 위로받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이재성 기자, 사진 케이엠컬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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