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대표’
29일 개봉한 ‘국가대표’
스키점프 대표팀에 모여든 비주류 인생 이야기
압도적 활공장면·음악이 헐거운 드라마 보듬어
스키점프 대표팀에 모여든 비주류 인생 이야기
압도적 활공장면·음악이 헐거운 드라마 보듬어
29일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스키 점프’다. 새가 되어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두 가닥 막대기에 실어 실현하는 스키 점프는 중력에 대한 가장 통렬한 저항이자, 탁월한 영상 미학을 내재한 스포츠다. 김용화 감독이 <미녀는 괴로워>의 한 공동 제작자로부터 석줄짜리 시놉시스를 처음 전해 듣고서 가장 먼저 떠올린 이미지가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 압도적인 활공 장면
가파른 경사면을 시속 100~120㎞로 미끄러진 뒤, 마치 탄환처럼 90~120m를 날아가는 이 영화의 활공 장면은 국내외 어떤 스포츠 영화보다도 압도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완벽에 가까운 시지(CG: 컴퓨터 그래픽)와 캠캣(Camcat: 선수들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면서 촬영할 수 있도록 와이어에 매단 카메라)으로 촬영한 경기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국내 4명밖에 없는 실제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신한 이 장면들이 주는 감동은 짧은 체공 시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다. 그리고 그 매력은 다소 헐거운 드라마의 약점을 용서할 수 있게 해준다.
■ ‘가족’으로 엮은 드라마
1996년 전라북도 무주.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식 종목 중 하나인 스키 점프 국가대표팀이 급조된다. 생모를 찾아 한국에 온 미국 입양인 밥(하정우), 나이트클럽 웨이터 흥철(김동욱), 할머니와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군대 면제가 절실한 칠구(김지석), 아버지가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날마다 맞아가며 일하는 재복(최재환). 영화는 이들이 국가대표가 될 수밖에 없는 사연과 비인기 종목의 설움, 희극처럼 보이는 열악한 훈련 과정, 몇 번의 팀 해체 위기를 거쳐 감동의 스키 점프 장면으로 이어진다. 드라마를 끝까지 끌고가는 힘은 (흥철을 제외한) 선수들 각자의 가족 이야기다. 가족은 이들이 국가대표가 되게 하는 모티프이자, 영화의 결말이 궁극적으로 안착하는 지점이다.
■ 음악은 제2의 주인공
김 감독의 다른 영화처럼 <국가대표>에서도 음악은 관객의 심박수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선수들이 하늘을 날 때 깔리는 <버터플라이> 등의 주제곡을 2인조 밴드 러브홀릭의 베이시스트 겸 프로듀서인 이재학 음악감독이 만들었다. 김 감독과 이 감독은 중앙대 동기동창으로, 학내 밴드 ‘씨커즈’에서 김 감독은 보컬, 이 감독은 베이스로 활동했다. <미녀는 괴로워>에 이어 두번째로 작품을 함께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케이엠컬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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