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특선 <하녀>
욕망하는 하녀·파멸하는 가부장
한국영화특선 <하녀>(E 밤11시10분)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긴장과 스릴이 여전하다. 급속한 산업 성장과 도시화로 전근대와 근대가 충돌하고 가족제도가 변화하던 시기. 중산층 가정 내부에 존재하는 ‘불안’은 가정을 위협하는 하녀와, 거기에 끌려들어가는 가부장의 파멸로 그려진다. 그로테스크한 욕망의 화신인 하녀는 기존 한국 영화 속의 관습적인 여성상과는 다르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성의 문제가 단순한 쾌락의 문제가 아닌 생존 투쟁의 양상으로 드러난다. <하녀>의 공간은 연극적이다. 아내와 아이들이 상주하는 1층과 하녀의 공간인 2층은 계급과 의식·무의식을 가르는 공간으로 설정됐다. 2008년 마틴 스코세이지의 ‘세계영화재단’에서 디지털로 복원해 칸 영화제에서 상영될 정도로 세계에서 더 주목받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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