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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먹먹한 가슴 뚫은 자매의 희망

등록 2009-08-16 19:28

재미동포 김소영 감독 ‘나무없는 산’
재미동포 김소영 감독 ‘나무없는 산’
재미동포 김소영 감독 ‘나무없는 산’
열두 살에 미국으로 이민 간 재미동포 김소영 감독의 <나무 없는 산>은 예쁜 꼬마 자매 둘이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체험을 담은 성장 영화다. 카메라 시점은 어른들의 가슴팍에 머무는 언니 진(김희연)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어른들의 머리는 화면 밖으로 잘려 나가기 일쑤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른들이 왜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진은 홀로 아이 둘을 키우느라 지친 엄마(이수아)를 대신해 동생 빈(김성희)을 돌봐야 한다. 아직 응석을 부려도 시원찮을 나이지만 어려운 집안 사정에 일찍 철이 들었다. 엄마는 이들 자매를 고모에게 맡기고 어딘가로 떠나며 빨간 돼지 저금통을 준다. 아이들은 저금통이 다 차면 돌아올 거라는 엄마의 약속을 믿고 열심히 저금통을 채운다. 메뚜기를 구워 동네 오빠들에게 팔고, 고모가 마신 소주병을 정리해서 받은 동전을 차곡차곡 모은다. 엄마가 빨리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에 모든 동전을 10원짜리로 바꿔 저금통을 꽉 채우지만 결국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엄마를 기다리는 흙더미가 아이들의 황량한 정서를 대변하는 ‘나무 없는 산’이다.

아이들을 귀찮아하던 고모는 자매들을 시골의 할머니 댁에 맡겨버리지만, 영화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진의 체육복과 빈의 공주 드레스에 땟국물이 눈에 띌 때쯤 아이들은 할머니의 넉넉한 품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감독 자신의 자전적 경험에 기초했다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을 전혀 쓰지 않고 건조하지만 뚝심 있게 자신만의 말을 한다. 놀라운 점은 한 번도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 비전문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다. 김소영 감독은 장면마다 자세한 대화를 하며 연기 지도를 했다고 한다. 2008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진흥기구(넷팩)상과 관객평론가상, 2009 베를린국제영화제 에큐메니컬(그리스도교회)상, 두바이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27일 개봉.

이재성 기자, 사진 위드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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