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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일상 잠식하는 슬픔

등록 2009-08-26 18:44

‘조용한 혼돈’
‘조용한 혼돈’
아내 잃은 남편 그린 ‘조용한 혼돈’
유럽 영화 <조용한 혼돈>(사진·감독 안토넬로 그리말디)은 아내를 잃고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한 중년 남자의 얘기다.

피에트로(난니 모레티)는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름 모를 여자를 구해주고 고맙다는 인사도 받지 못한 채 별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마당에 널브러져 있는 아내의 주검과 마주친다. 아내 대신 딸(블루 요시미)을 학교에 바래다 준 첫날, 그는 딸에게 학교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약속한다. 딸은 그러거나 말거나 별 관심도 없는데 그는 고집스럽게 학교 앞 벤치를 지킨다. 딱히 아내를 절실히 사랑한 것도 아니었다. 계절이 두 번 바뀌어 겨울이 될 때까지 그가 회사를 포기하고 학교 앞에 남아 있는 이유는 다만 딸이 걱정됐을 뿐이다. 엄마를 잃은 슬픔을 내색하지 않고 안으로 삭이는 딸의 심리가 자신과 똑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느덧 피에트로는 학교 앞 공원 풍경의 일부가 된다. 매일 아침 개를 산책시키는 늘씬한 미녀와 자동차에 인사를 건네는 다운증후군 소년, 그의 식사를 책임지는 레스토랑과 함께. 세계적 대기업과 합병을 앞두고 있는 그의 회사에서는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싸움에 지친 동료들은 그를 찾아와 신세 한탄을 한다. 갑자기 뜻밖의 임신을 하게 된 처제(발레리아 골리노)와 형을 걱정하는 동생(알레산드로 가스만)도 ‘학교 앞의 피에트로’를 찾는다.

역시 세월이 약인가. 영화가 끝나갈 무렵 아빠 때문에 자기가 놀림감이 되고 있다는 딸의 솔직한 고백에 피에트로는 새 출발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잔잔한 호수처럼 슬픔을 깊게 머금었다가 천천히 단단해지는 피에트로. 피에트로 역의 난니 모레티는 <아들의 방>으로 2001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명감독이기도 하다. 27일 개봉.

이재성 기자, 사진 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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