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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촌극’ 빚은 충무로국제영화제

등록 2009-09-06 19:56

‘국제적 촌극’ 빚은 충무로국제영화제
‘국제적 촌극’ 빚은 충무로국제영화제




허지웅의 극장뎐 /

3회 충무로국제영화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는 보도에 웃지 않을 수 있다면 당신은 진정한 용자다. 어떤 의미에서 이번 영화제는 오래도록 회자될 사건이다. 영화제라는 게 다 똑같다고, 누가 운영하고 집행하든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사건 말이다. 외국 영화를 상영한다고 모두 국제영화제가 아니다. 차라리 학예회에 가까운 국제적 촌극이었다.

지난 2007년 충무로영화제가 출범할 당시 김홍준 집행위원장에게 가장 먼저 쏟아진 질문은 그거 왜 하냐는 것이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생색내기 아이템으로 전락해 난립하고 있는 영화제를 하나 더 만들 여유와 당위가 어디 있느냐는 이야기다. 고전과 복원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통해 변별력을 얻는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실제 이는 영화제의 정체성으로 자리잡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영화제를 만들고 이끄는 인적 구성이 변하면서 사정도 달라졌다. 2회 영화제는 실질적인 주체가 서울시 중구청으로 완연히 넘어가는 과도기였다. 김홍준 교수는 이덕화씨가 집행위원장을 맡은 2회에 이르러 수석 프로그래머로 물러났고 올해는 아예 사라졌다. 다른 주요 스태프들도 대부분 교체되었다. 영화제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실무의 영속성은 그렇게 망실됐다. 3회 충무로영화제의 프로그래머 명단에는 무역회사 대표 직함을 가진 사람이 보인다. 영화제 고문은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다.

충무로영화제의 진행 미숙 문제는 1, 2회 때도 지적된 사항이다. 특히 무분별한 단체 관람 유치가 문제였다. 한반도에서 열리는 영화제 가운데 관객들의 태도가 가장 형편없는 곳은 단연 충무로영화제다. 올해도 그런 문제점들을 충실히 계승하는 한편, 아예 영화제의 본질이 위협받을 정도로 큰 구멍이 많았다.

한마디로 촌스럽다. 홍콩 영화 프로그램을 제외한 다른 모든 상영작의 함량이 떨어졌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영화가 아니라 한국방송 드라마 <아이리스>의 쇼케이스였다. 영화제의 묘미라 할 만한 깜짝 상영작은 두기봉 감독의 <매드 디텍티브>였다. 국내 정식 개봉 후 디브이디마저 출시돼 있는 영화다. 심지어 2회 충무로영화제 경쟁 부문에 상영돼 관객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1회 충무로영화제는 32개국에서 출품된 영화 150편을 상영했다. 2회 때는 40개국에서 170편을 들여왔다. 올해는 40개국에서 온 영화 214편이 선보였다. 상영 편수를 기준으로 성장을 가늠하길 좋아하는 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는 성공적인 행사였을 수 있다. 그러나 외연의 양적 성장이 내실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충무로영화제는 국제영화제로서의 명예와 최소한의 완성도를 고수하는 데 실패했다. 겉으로 자축하든 말든 속으로라도 창피함을 알아야 할 일이다.


허지웅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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