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김명민
촬영 시작 때 72kg→마칠 때 52kg
“시나리오 받고 ‘하면 죽겠다’ 싶었죠”
루게릭병 캐릭터와 고통스런 이별중
“시나리오 받고 ‘하면 죽겠다’ 싶었죠”
루게릭병 캐릭터와 고통스런 이별중
영화 촬영 순서는 완성된 영화의 순서와 다른 게 보통이다.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예컨대, 영화 들머리 귀국 장면과 맨 마지막 출국 장면을 공항에 나간 김에 한꺼번에 찍는 식이다. 하지만 <내 사랑 내 곁에>(박진표 감독)는 그럴 수 없었다. 루게릭병에 걸린 주인공이 갈수록 야위어간다는 설정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를 찍듯 촬영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야만 했다. 배우 김명민의 감량이 화제가 된 건 그래서다. 촬영에 앞서 미리 살을 빼는 건 안 될 일이었다. 의식과 감각은 그대로인 채 온몸의 근육이 점차 마비돼가는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그는 촬영 기간 내내 몸무게를 조금씩 줄여나갔다. 석 달간의 촬영 뒤 180㎝ 72㎏의 몸이 52㎏까지 빠졌다. 지난 16일 만난 김명민은 10㎏ 남짓 회복한 상태였다. 끼니때가 되자 간단한 죽으로 요기를 했다. “살을 찌운다고 많이 먹으면 속이 견뎌내질 못한다”고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든 생각은 ‘이거 하면 죽는다’였어요. 연기 욕심이고 도전 의식이고 다 필요없었죠. 근데 왜 했냐고요? 아무리 발버둥쳐도 헤어나올 수 없는 게 있어요. 내 뜻과는 무관하게 안 하면 안 되게끔 상황이 흘러갔죠. 다행스럽게도 무사히 끝났지만, 한번 무리가 갔던 몸은 결코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아요. 몸은 배우의 가장 큰 자산인데….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완강히 거부할 거예요. 아니면 잠수를 타든가.” 뜻밖이다. 연기라면 물불 안 가릴 것 같은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아직도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그는 ‘초인적인 감량’에만 관심이 모아지는 세간의 분위기를 썩 내켜하지 않는 듯했다. 감량 대신 연기에 대해 묻자 목소리 톤이 미묘하게 들떴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김명민은 그렇게 서서히 종우와 이별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또다시 누군가와 지독한 사랑에 빠질 것이다. 힘들게 이별해야 할 걸 알면서도.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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