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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가슴 치지 마오, 사랑도 때가 있다지만…

등록 2009-10-11 18:01수정 2009-10-11 20:19

<호우시절>
<호우시절>
허진호 감독의 새 멜로 ‘호우시절’




중국으로 건너간 허진호 감독의 새 멜로 <호우시절>은 두보의 한시처럼 여유롭다. 두보 초당 입구에 앉아 있는 두보 동상의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주인공의 손길과 대나무 숲을 흔들며 천천히 넘실대는 바람소리, 서정적으로 일렁이는 기타 선율 같은 시청각 이미지들은 허 감독의 다른 영화들처럼 이루지 못한 옛사랑의 기억을 두드린다.

앙증맞은 표정으로 아작아작 대나무를 씹는 판다, 돼지내장탕 같은 쓰촨 지방의 토속음식은 영화에 이국적인 기운과 함께 신비감을 불어넣는다.

건설 중장비 회사 팀장인 박동하(정우성)는 쓰촨의 청두에 출장 갔다가 미국 유학 시절 좋아했던 메이(고원원)를 만난다. 메이는 청두에서 관광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 어색함도 잠시, 둘은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금세 다시 가까워진다. <8월의 크리스마스> 이래 허 감독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인 죽음과 이별에 대한 변주라는 점에서 식상해하는 관객이 있을 것 같다. 쓰촨 지진 대참사의 잔해마저 감미롭게 묘사된다. 그러다 보니 메이가 지닌 원초적 슬픔이 객석에 잘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다.

그러나 미학적 자의식을 덜어낸 대신, 유머와 위트를 채워넣은 이 영화는 허 감독의 기존 멜로들보다 더 담백하다. 정우성의 미소는 여전히 여심을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고, 중국 배우 고원원(<난징! 난징!> <북경 자전거>)의 맑은 얼굴은 남성 관객들의 추억의 원형질을 자극한다. 영화는 말한다.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라는 뜻의 ‘호우시절’이라는 말처럼 사랑에도 때가 있음을.

이재성 기자, 사진 판씨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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