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29일 개봉
틴 타란티노 팬들의 몸을 달게 했던 2009년 신작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오는 29일 드디어 국내 개봉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에 부응하는 역작이다. 확고부동한 상황을 설정하고 인물들을 한곳에 모이게 하는 이야기 기술, 브래드 핏의 목 흉터를 비롯한 노련한 인물 특징 만들기, 본론과 상관없는 농담으로 상대를 긴장시키는 말솜씨 등 타란티노의 전매특허를 집대성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다만 좀더 자극적인 걸 원한 골수팬이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머리 가죽을 벗기는 등 신체 훼손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예전보다는 얌전해졌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타란티노는 위대한 웨스턴 시대의 분위기로 영화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번엔 미국이 아니라, 1941년 나치에 점령된 프랑스다. 디프 포커스(가까이 있는 물체와 멀리 있는 물체 모두 초점을 맞춰 선명하게 촬영하는 기법)로 잡은 첫 장면은 포도나무 우거진 프랑스의 평범한 농촌 주택. 초초하게 뭔가를 기다리는 농사꾼 앞으로 유대인 사냥꾼 한스 란다 대령(크리스토프 왈츠)이 나타난다. 대령은 능글맞고 여유 있는 태도로 지하에 숨어 있던 유대인들을 색출한다. 다만 한 여인이 탈출에 성공하는데, 그가 나중에 나치에게 복수하는 쇼샤나(멜라니 로랑)다.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알도 레인 중위(브래드 핏)가 이끄는 잔인한 특수부대 ‘개떼들’(바스터즈)의 나치 암살 계획과 쇼샤나의 복수극이 얽히고설키게 된다.
엔니오 모리코네와 데이비드 보위, <엘리제를 위하여>의 다양한 변주까지. “시나리오 단계부터 음악을 선곡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영감을 받는”다는 타란티노 감독의 선곡은 역시 탁월하다.
이재성 기자, 사진 유피아이 코리아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