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우(24)
‘파주’ 주연 서우에게 쏟아지는 찬사
배우 서우(24)의 얼굴엔 마치 우주가 들어앉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삼라만상의 흥망성쇠를 표현하라고 해도 정말 해낼 것만 같다. 영화 <파주>에서 첫 주연을 맡은 서우는 인간 내면의 미묘한 떨림을 한 뼘 얼굴로 폭발시킨다. 그 얼굴을 클로즈업한 영화의 모든 장면은 카메라를 울려버릴 듯 격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중학생, 고등학생을 거쳐 20대 초반까지 8년 세월의 변천이 한 배우의 얼굴에서 완벽하게 체현되는 걸 보는 건 놀라운 일이다. ‘8년 성장과정 완벽한 체현’ 평가에
“너무 어렵고 답답해…많이 깨졌죠
이제 연기 공부 제대로 시작할 생각” 정작 본인은 “잘못 보셨어요. 편견이에요.”라며 짐짓 겸손해하지만, 그의 연기력은 주변 사람들의 증언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우를 발견한 영화인 <미쓰 홍당무>의 제작자 박찬욱 감독은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드는, 어디서 저런 애가 이제 나타났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배우”라고 했고, <파주>에서 그와 함께 연기한 이선균은 “교복이 잘 어울리는 서우가 20대의 차분함을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희한하게 카메라가 돌아가면 성숙미가 나왔다. 놀랍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우를 향한 이들의 찬사가 입에 발린 마케팅용 수사가 아니라는 것은 <파주>를 보면 알 수 있다. 서우는 “성장기를 확연히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며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는 중학생, 자기가 어른인 양 새침 떼고 요염한 척하는 고등학생, 다 커서는 털털하게 보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붓길이 닿기가 무섭게 먹물을 빨아들여 순식간에 진경산수를 펼쳐놓는 화선지 같은 배우. 이 작은 체구의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걸까? 서우는 연예계 인맥이 있는 삼촌 덕에 손쉽게 배우 세계에 들어섰다. “처음엔 철도 없고, 말도 안 들을 것 같고, 열심히 하지도 않을 것 같아서 계약도 하지 않고 지켜만 보던” 소속사 대표가 대사가 별로 없다는 이유로 부담 없이 출연시킨 영화가 <아들>(장진 감독, 2007)이었다. “연기가 이런 거였어?”라는 생각이 들면서 배우가 되고 싶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미쓰 홍당무>(이경미 감독, 2008)부터였다. 그리고 세 번째 필모그래피를 주연으로 장식하게 됐다. “어렵게 (배우) 되는 친구들한테 미안하죠. 그런데 사실은 그래서 더 힘이 많이 들어요. 현장에서 울고 깨지고 하다 보면 (연기) 공부 안 한 게 창피하죠.”
서울 강남에서 자란 그는 다섯 살 때부터 피겨스케이팅과 무용을 배웠다. 교복이 잘 어울리는 이유도 “중학교 때까지 한국무용을 계속했기 때문”이라는 게 스스로의 생각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뭔가 열심히 해 본 적이 없어요. 처음엔 집에서 (배우 되는 걸) 많이 반대하셨는데, 이젠 철부지 막내가 연기하면서 철드는 모습, 사람 되는 과정을 흐뭇하게 보고 계셔요.” 평생 딱 한 번 열심히 하고 싶은 게 생겼는데, 거기서 재능을 발견한 행복한 경우다. 타고난 연기의 달인이라고 생각되는 서우도 영화를 찍으면서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원하는 박찬옥 감독은 구체적인 연기 지도 대신 “능동적인 배우가 되라”고 주문했다. “찍을 때 되게 힘들었거든요. 너무 어렵고 답답해서,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까 너무 행복해요. 이겨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그때 포기했다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아요. 감독님이 자랑스러워요.” 내년부터는 연기 공부를 시작할 계획이다. 친구들과 같이 무대도 만들고 시나리오도 써보려 한다. “평생 연기하다 죽고 싶다”는 이 당찬 배우에게 한국 영화의 미래를 걸어보면 어떨까?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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