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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핏빛 바다’

등록 2009-11-01 21:07

다큐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
다큐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
다큐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
돌고래 사냥 천국 일본의 어촌마을
몰카에 찍힌 충격적 학살현장 고발
돌고래 쇼를 보면서 저 돌고래들이 어디서 왔을까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돌고래 한 마리가 얼마에 팔리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10월29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은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무관심한 돌고래 산업의 실체를 폭로한다.

폭로의 대상은 일본 와카야마 현의 작은 어촌 마을인 다이지. 귀여운 돌고래 입상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 마을은 돌고래를 무척 사랑하는 곳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마을의 ‘코브’(cove·바다가 육지의 만 안으로 깊숙이 굽어 들어간 부분 혹은 해안 낭떠러지의 후미진 곳)는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다.

비밀을 파헤치려는 촬영팀을 향한 일본 어부들의 협박과 훼방은 무서울 정도다. 경찰들도 한통속이 되어 촬영팀을 괴롭힌다. 촬영팀의 선두에는 최초의 돌고래 조련사였다가 돌고래 보호주의자로 변신한 리처드 오배리가 있다. 오배리의 안내를 받은 루이 시호요스 감독은 수중 촬영 및 녹음 전문가, 세계적 수준의 프리다이버들로 드림팀을 구성해 코브의 곳곳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데 성공한다.

몰래카메라가 잡아낸 현장은 끔찍하다. 배 수십대를 이용해 청각에 예민한 돌고래들을 소리로 위협하며 코브에 가두고 학살하는 것이다. 작은 만은 순식간에 시뻘건 색으로 물든다.

쇼 무대에 설 수 있는 돌고래는 마리당 15만달러에 거래되므로 학살을 면하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마리당 600달러의 헐값에 식용으로 팔려나간다. 해마다 일본의 바닷가에서 이렇게 죽어나가는 돌고래의 수는 2만3000여마리.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의 결정으로 상업적 포경은 금지됐지만, 작은 고래로 분류된 돌고래는 포획을 허용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은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합법적 원조나 매수를 통해 국제포경위원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불가능해 보이는 현장 취재에 성공하는 과정은 여느 스릴러 영화 못지않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다큐멘터리의 존재 이유가 사실의 기록만이 아니라 의지의 관철일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이재성 기자, 사진 스폰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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