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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쌍용자동차 파업 77일간의 기록 <저 달이 차기 전에>

등록 2009-11-17 22:29

 “저 달이 동그래지기 전에 끝나야 하는데…. 동그래지기 전에….”

 ‘보고 싶어 죽겠다’는 7살, 8살 연년생 두 딸 이야기를 하던 한 조합원이 보름달이 되다 만 달을 가리키며 ‘주문’을 외웠다. 파업농성 71일째인 지난 8월1일, 노사협상에 합의하고 농성을 풀기 5일 전이었다. 그래서 영화 제목도 <저 달이 차기 전에>가 됐다. 정리해고 문제가 잘 풀려서 어서 사랑하는 가족에게로 돌아가고 싶은 조합원들의 마음이 모두의 마음일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평택 공장에서 파업농성을 벌였던 지난 77일간의 기록을 담은 영화 <저 달을 차기 전에>의 첫 시사회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시사회에는 가장 특별한 손님인 쌍용차 조합원들과 ‘쌍용차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회원뿐 아니라 김상희 민주당 의원, 강기갑·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까지 500여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지난 7월16일부터 출입이 막혀 아무도 보지 못했던 2주 동안 ‘공장 안’의 실상이 미공개 영상들과 함께 세상에 나왔다. 얼굴을 모두 가린 두건에 최루가루를 막기 위한 마스크와 고글, 볼트를 피하기 위한 헬멧과 작업복을 뒤집어쓰고 긴장하고 있던 당시의 순간들이 담겼다. 물·가스가 끊긴 상황에서, 조합원들을 공격하기 위한 경찰 살수차에 물을 공급하는 순간 함께 터져나온 소화전의 물을 보고 ‘따봉’을 외치는 모습, 당뇨병 약이 떨어져 썩어가는 발을 보며 불안에 떠는 모습, “새가 돼서 집으로 날아가고 싶다”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모습, 건빵·라면 배급도 중단된 상황을 아쉬워하며 돌아가는 모습, 담배가 떨어지자 너트와 볼펜으로 만든 곰방대에 꽁초를 담아 피우며 즐거워하는 모습 등 77일 동안의 모습이 77분의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감독님, 제가 굴뚝에 85일이나 있었는데 굴뚝 장면 사진 한 장이라도 나왔어야죠.” 시사회가 끝나고 59m의 공장 굴뚝에서 85일 동안 농성했던 서맹섭 비정규지회 지부장이 서세진 감독에게 아쉬워하며 말했다. 아직도 진통제와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서 지부장은 지금도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로 복직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서 지부장의 농성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문제는 당시 노사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굴뚝 위에서 동료들이 경찰에 맞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서 지부장은 “눈으로 본 일들을 영상으로 다시 보면서 아직도 싸울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며 “이 안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는 걸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선동 ‘정리해고자 특별위원장은 “마음이 아프네”하고 한 마디 거들었다.

 구속된 이창근 기획부장의 부인 이자영(37)씨는 영화가 끝나도 계속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신기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이걸 ‘좋은 추억’이었다고 말하는게”라고 말하는 이씨는 이젠 구속자 가족모임이 돼버린 가대위 회원 5명과 함께 시사회를 찾았다.

 <저 달이 차기 전에>는 오는 24일 오후 6시 인디스페이스에서 한 번 더 상영된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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