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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를 못 봐주는 영화배우 강동원

등록 2009-12-20 20:12

배우 강동원(28)
배우 강동원(28)
한국형 히어로 ‘전우치’의 악동 도사로




영화를 보면 상상력이 막히는 느낌
기억 안지워져 연기에 되레 방해만
‘전우치 익살표정’ 촬영장서 건진 것

‘아이돌’의 홍수 속에 ‘청춘스타’가 옛말처럼 느껴지는 요즘, 배우 강동원(28)이야말로 이 시대 마지막 청춘스타가 아닐까. 영화 <늑대의 유혹>을 통해 바람처럼 존재를 알린(강동원이 여주인공의 우산 속으로 바람처럼 등장하는 장면에서 많은 여성팬들은 넋을 잃었다) 강동원은 데뷔 7년만에 11작품을 소화한 관록있는 배우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풋풋한 이미지를 자랑한다. 날카롭게 찢어진 눈이 신비한 인상을 빚어내지만, 장난기 어린 미소는 이웃집 동생이나 오빠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최동훈 감독이 전우치라는 ‘악동 도사’ 캐릭터로 강동원을 떠올린 것은 아마도 이런 모순적인 외모 때문일 것이다.

영화 <전우치>로 관객을 만날 생각에 들떠 있는 강동원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직접 만나 본 강동원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의 여느 배우들보다도 훨씬 승부욕이 강한 일중독자였다. 주변의 걱정을 무릅쓰고 티브이 드라마를 외면하고 영화만을 고집한다거나, 남의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 예민한 감수성은 연기에 임하는 강동원만의 철학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영화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최동훈 감독에 대한 기대가 컸던 사람들은 실망을 하는 편인 것 같아요.

“기자분들은 조금 갈려요. 허허. 주위 분들은 다들 좋아하시는데. 전체 관람가를 목표로 하면서 이야기를 단순화했어요. 감독님 색깔이 드러날 만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통으로 들어낸 것도 있고요. 액션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싶으셨나봐요.”

-그래도 강동원씨의 연기는 빛났어요. 코믹 연기에 상당한 자질이 엿보이던데요. 시종일관 오른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눈웃음치는 표정은 익살맞고 개구쟁이 같은 전우치의 캐릭터에 딱 들어맞았어요. 스스로 연구한 건가요?

“고맙습니다, 하하. 연구하는 것보다 얼핏얼핏 떠오르는 생각이 훨씬 좋아요. 촬영 들어가서 걸릴 때가 있거든요. 이번엔 촬영 초반에 서인경(임수정) 보쌈하는 장면에서 서인경을 바라보는데 그런 표정이 지어지더라고요. 감독님이 그 표정을 되게 좋아하셨어요. 이게 전우치의 얼굴인가보다, 하고 그 뒤로 계속 밀고 간 거죠.”

-정두홍 무술감독이 ‘최고의 액션배우’라고 칭찬할 정도로 액션 연기를 잘했다고 하던데요.

“제가 운동을 좋아해서요. 근데 진짜 힘들었어요. 기초 체력 훈련을 제일 많이 했는데, 막상 액션신을 늦게 찍는 바람에 도루묵이 됐죠. 자동차 쫓아가는 장면 찍다가 다 토해버렸어요. 야식 먹고 찍었거든요.”


배우 강동원(28)
배우 강동원(28)

-(2007) 이후 2년 만의 신작입니다. 상당히 오랜만인데요.

“촬영 직전에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하느라 오래 걸렸어요. 갑자기 북극 갔다가 수영장에 떨어지고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게 영화 <점퍼>에 다 나와버린 거예요. 불과 물을 쏘는 장면은 숭례문 지붕에서 찍는 거였는데, 숭례문이 불타서 없어져 버렸잖아요. 그런데 제가 여기에 완전 꽂혀서 다른 시나리오가 눈에 안 들어왔어요. 여기 늦어진다고 중간에 다른 거 하고 오면 <전우치>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고요. 보기도 안 좋잖아요. 예전에 <형사> 끝나고 나서 한달 정도 쉬어본 적은 있지만, 이번에 여섯달 쉬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저는 노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쉬면 불안해요. 집에 있으니까 백수가 된 것 같기도 하고. 현장에 있을 때가 제일 재미있거든요. 마음도 편하고 보람도 있으니까요.”

-드라마를 안 하고 영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특별히 영화라는 장르에 애정이 있어서인가요?

“처음엔 준비할 시간이 많아서 영화가 좋았어요. 장르도 다양하고 섬세한 연기를 할 수 있고. 영화는 가족 같은 게 있잖아요. 드라마는 그렇지 않아서….”

-앞으로도 계속 영화만 할 건가요?

“당분간은 그럴 것 같아요. 주위에서는 너무 안 보이는 거 아니냐, 드라마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해주시는데, 저는 제가 즐겁게 일하는 게 좋거든요. 전략적으로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어떤 영화 좋아하나요?

“영화를 잘 보지 않아요. 무서운 영화는 무서워서 못 보구요, 슬픈 영화는 진짜 엉엉 울어요. 너무 힘들어서 안 봐요. 인상적인 캐릭터를 보면 머리에 배어서 안 지워져요. 보고 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요. 영화 보면서 계속 흉내내면서 보거든요. 누가 울면 같이 운다든지. 현장에서 모니터하면서도 그러고 있거든요. 감독님이 <다이하드>, <본> 시리즈, <캐리비안의 해적> 보라고 해서 봤는데, 보고 나니까 다른 게 생각 안 나는 거예요. 지우는 데 좀 걸렸어요. 후회했어요. 아 괜히 봤다.”

-간접 경험이 많을수록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나요?

“경험보다는 상상력인 것 같아요. 죽어봐야 죽는 연기 하는 거 아니잖아요. 자기가 상상하는 그림이 관객들한테 잘 전달되느냐가 중요하죠. ‘넌 어떻게 영화배우가 영화도 잘 안 보냐’ 그런 얘기 많이 들었는데, 영화 보면 상상력이 막히는 느낌이 들어요.”

-포부가 있다면?

“많은 분들이 할리우드 진출하고 싶다고 그러는데, 저도 걔네들 어떻게 찍나 보고 싶기는 한데, 그런 거보다는 한국 영화가 좀더 시장이 커져서 할리우드랑 싸우고 싶은 게 진짜 바람이에요. 제가 좀 삐딱해서 이미 잘돼 있는 데 가는 것보다는 제가 있는 데가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단순하게 말하면 최고의 연기자가 되겠다, 이것밖에.”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영화 ‘전우치’
영화 ‘전우치’

■ 영화 ‘전우치’는

12세 관람가용 볼거리 쏠쏠
최동훈 감독표 ‘반전’ 안보여

영화 <전우치>는 조선시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을 둘러싼 화담(김윤석)과 전우치(강동원)의 대결을 그린다.

전우치는 스승 천관대사(백윤식)를 죽인 범인으로 몰려 신선들에 의해 그림 족자에 갇힌다. 500년이 지난 2009년 서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요괴들이 판을 치자, 전우치를 가뒀던 신선들은 요괴들을 잡기 위해 다시 그를 불러내고, 뒤늦게 화담까지 나타나 일대 결전을 벌이게 된다.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를 좋아했던 관객들이라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는 게 좋을 것 같다. 18살 관람가였던 전작들과 달리 관객 연령대를 낮춰잡으면서 영화가 많이 순해졌다. 전체 관람가를 목표로 촬영했는데, 영등위 등급은 12살 관람가로 나왔다. 순제작비는 120억원.

기본적으로 <전우치>는 속고 속이며 예측을 불허하던 최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른 지점에 서 있다. 김윤석의 연기는 훌륭하지만, 좋은 사람이었던 화담이 왜, 어떻게 악당이 되는지 분명히 제시되지 않는다. 최 감독의 장기였던 반전도 숨겨져 있지 않다.

영화는 와이어와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한 도술 액션 등 볼거리에 치중하면서, 전우치와 화담, 전우치의 개 초랭이(유해진), 감초 구실을 하는 세명의 신선들(송영창, 주진모, 김상호)의 개인기에 기댄다. 백윤식, 염정아 등 최동훈 사단이 우정을 과시하지만, 전작들보다 신선도가 떨어진다.

요컨대, 연령대를 낮췄다고 드라마의 촘촘함까지 포기하리란 법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성인 관객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연말에 엄마 아빠 손잡고 온 가족이 함께 볼만한 가족영화로서는 추천할 만하다. 23일 개봉.

이재성 기자, 사진 영화사 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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