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용서는 없다’
영화 ‘용서는 없다’
설경구, 달리고 달리고…류승범, 쏘아보고
신인 김형준 감독의 여운 남기는 스릴러
설경구, 달리고 달리고…류승범, 쏘아보고
신인 김형준 감독의 여운 남기는 스릴러
<용서는 없다>는 재밌다. 2시간 내내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그 까닭은 스릴러 고유의 반전에 놀라서가 하나, 영화 속 스포일러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해서가 둘째다. 세 번째는 영화가 끝나고도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여운이 남기 때문이다.
영화는 금강 하굿둑에서 발생한 유흥가 여인의 토막살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과학수사대 부검의 강민호 교수(설경구)와 커피 타는 여형사 민서영(한혜진)의 놀라운(?) 추리력으로 경찰은 환경운동가 이성호(류승범)를 검거하고, 이성호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로 살인을 했다고 자백한다.
하지만 귀국 예정인 강민호의 딸이 실종되고 수감중인 이성호는 살인의 증거를 없애 자신을 결백하게 만들어주면 딸을 제2 범행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제의를 한다.
강민호는 딸을 살리기 위해 이성호의 범행물증 조작에 나서게 되는데, 이로 말미암아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강민호 역시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커피 타던 여형사가 갑자기 사건을 해결한다든가, 환경운동가가 엽기살인범임이 밝혀지는 초반의 반전은 스릴러로 들어가기 위한 반전. 현장에 남긴 지팡이 자국으로 소아마비 환경운동가를 추적하는 것은 <보물섬>의 외다리 선장을 연상시킬 만큼 고전적인데, 그것은 스스로 “여기는 도입부요”라는 스포일러가 된다. 그 이하는 강민호와 이성호의 대결로 치환되면서 나머지 등장인물은 ‘우수마발’로 급전한다. 강민호가 딸을 살리기 위해 부성애로 고군분투하는 내내, 아닌 밤중에 횡사했을 유흥가 여성의 식구들은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이성호가 살인의 세계로 들어가는 계기 역시 그럴 법하지 않아 보인다.
<용서는 없다>에서 번쩍 눈에 띄는 배우는 류승범. 설경구는 뛰고 달리고 악쓰고 소리치며 몸으로 때우는 것으로 족하고 한혜진은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것을 막아주는 구실에 그친다.
하지만 류승범은 “사람이 왜 약해지는 줄 알아요? 잃을 게 있어서 그러는 거래요”라며 살인자의 비열함, 뻔뻔함과 그 속에 감춘 섬뜩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죽는 거보다 더 어려운 게 뭔지 알아요? 용서하는 거예요, 용서하는 데는 너무 오랜 고통의 시간이 걸리거든요.” 후반에서 과거사가 밝혀지면서부터 인간적인 고뇌까지 보여주며 그의 내면 연기는 한 단계 높아진다.
이런 가운데 “비번날 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지랄이여?”를 뇌까리는 시골 형사 윤종강을 맡아 텁텁한 ‘막걸리 연기’를 보여준 성지루의 조역 연기가 빛난다.
김형준 감독한테 한마디. 초반에 상세하게 보여지는 부검 장면의 느낌. 영화의 전개와 무관한데 왜 지루하게 보여줄까. “시체는 이제 사람이 아니야, 단서일 뿐이지.” 강민호는 왜 과도하게 만용을 부릴까. 감독한테 향했던 화살은 마지막에 이르러 괜한 것이었음이 밝혀진다.
김 감독! 미안합니다. 한마디 더. 김 감독은 금강 하굿둑을 배경으로 한 것은 단절된 시대를 나타내고자 했다는 말을 했다. 스릴러에서 생뚱맞게 상징은 무슨 상징일까. 그 배경만 아니었으면 와이드 스크린은 완전히 ‘개발에 편자’였소.
영화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데 최소한 상영시간만큼은 흘러야 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1월7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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