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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안성기 선배와 키스, 왠지 실례하는 느낌이었죠”

등록 2010-01-14 07:21수정 2010-01-19 16:58

영화 ‘페어러브’의 여주인공 이하나씨.
영화 ‘페어러브’의 여주인공 이하나씨.
영화 ‘페어러브’의 맹랑한 그녀, 이하나
서른살 연상남과의 사랑?
당사자 아니면 알 수 없는 일
감정 이해하긴 쉽지않았죠
“(키스가) 굉장한 실례를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금세 끝내겠습니다 하고 (웃음). 보통 키스신은 남자가 미안해하는 분위기인데, 이번에는 형만이 놀랄 것 같았어요. 볼에 하면 안 될까 말씀도 드렸어요.”

새 영화 <페어러브>에서 안성기의 여성 파트너로 나오는 이하나는 단 한 차례뿐인 키스신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영화는 사랑 한번 안 해본 50대 노총각 형만(안성기)이 친구의 딸인 대학생 남은(이하나)과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 얼핏 허무맹랑한 설정이지만 시나리오가 시종 재밌다. 나이 차 많은 아내를 둔 신연식 감독과 스크립터로 참여한 그의 아내가 경험을 합작했다. 그다음은 남성 주연 안성기. 등장인물의 실제 나이와 흡사할뿐더러, 아내를 위해 러브신을 거절할 정도로 ‘숙맥’인 그한테 <페어러브>는 ‘안성기맞춤’이었던 것.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화되기까지 3년을 기다렸다고 했다. 30년 연상인 아빠 친구를 ‘꼬시는’ 여대생으로 나오는 이하나의 활약 또한 또다른 축이다.

영화 ‘페어러브’의 한 장면
영화 ‘페어러브’의 한 장면

“여자도, 애도 아닌 것이, 여성스럽다기보다 씩씩한 남자 같은 면이 감독님 마음에 들었나 봐요. 시나리오에서 남은보다는 차라리 형만이 맘에 들었어요.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어요. 늦바람 나서 나이를 잊은 채 젊은 여성한테 서툴게 다가가는 모습이 무척 순수해 보였어요.”

카메라 수리 전문가인 형만. 부품의 기능과 역할만 알면 되는 노총각의 세계에서 사랑이란 일종의 이물질. “전 빨래를 잘해요”라며 접근해 “아저씨 예뻐요,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라며 ‘히야카시’(가볍게 구애한다는 뜻의 일본 속어)를 걸어오는 남은과 그 상황이 바로 그것. 목사 친구를 찾아가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고, 사랑은 성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는 쉬운 게 하나도 없다며 푸념을 늘어놓을 수밖에.

“당돌한 아이의 감정선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쉽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탓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대사도 있고 해서. 영화를 보고서야 아이의 심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됐어요.”

그는 극중 인물에 몰입하기 위해 성장 배경을 유추해서, 적극적이다, 까다롭다, 인사를 잘한다 등의 성격 리스트를 수첩에 빼곡히 적어두고 수시로 들여다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서야 인물을 이해하게 되었다니 뜻밖이다.


“짧은 석달 동안 집중적으로 찍었어요. 그때 텔레비전 드라마도 같이 해서 사전 이해가 적었어요.”

그는 마무리 장면을 찍으면서도 그것이 실제인지 회상인지를 몰랐었다면서 아쉽다는 말을 사과하듯 거듭했다. 워낙 나이 차가 많은 탓일까. 영화에서 사랑의 시작은 곧 파국이다. 쉰 살 넘으면 자신이 쌓은 성에 갇히기 마련이고, 젊고 호기심 많은 대학생한테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형만이 섹시해 보이는 것은 한때일 뿐. “당신은 하나도 안 변하면서 나한테만 변하라고 하느냐”며 앙탈을 부리는 남은에게 형만이 하는 말은 하릴없다. “나이 먹는다고 뭐든지 잘할 수 있는 거 아니거든. 니 나이엔 실수해도 괜찮지만 아저씬 실수 같은 거 하면 안 될 나이야….”

서른 살 연상남을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저는 사랑에 대해서는 열린 편이에요. 아무리 이상해 보여도 당사자가 돼 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다는 거죠. 영화처럼 서른 살 차이가 나면…. 글쎄 잘 모르겠네요. 어른한테 넉살좋게 대하지는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영화는 아빠 친구 ‘그새끼’에서 ‘아저씨’로, ‘아저씨’가 다시 ‘오빠’로 변해가는 과정이 쫄깃하게 그려졌다.

“닭살요? 아닙니다. 제가 오빠라고 부르는 게 사랑스러워야 하는데, 오히려 형만이 스스로 “오빠야”라고 하는 게 더 사랑스러워요.” 14일 개봉.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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