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노말 액티비티>
허지웅의 극장뎐 /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페이크 다큐다. 영화적 형식이지만 하나의 장르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 대중에게 친숙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피터 잭슨의 <포가튼 실버>와 같은 재기발랄한 시도가 많았다. 그러나 이 장르가 무엇보다 호러에 어울린다는 사실은 지난 세기말 <블레어위치 프로젝트>의 전설적인 흥행이 증명해낸 바 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젊은 중산층 커플을 비추면서 시작된다. 여자는 집에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호소하고, 남자는 카메라를 구입해 자신들의 생활을 24시간 녹화하기 시작한다. 촬영이 시작된 이후 집에서는 매우 해괴한 현상들이 목격된다. 물건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의문의 발자국이 방 안에 남는다. 매우 전형적인 <폴터가이스트> 식의 귀신 들린 집 이야기다. 이 불운한 커플의 저주받은 하루하루가 ‘실제 일어난 일을 녹화한 것’처럼 관객에게 전달된다. 2007년에 완성된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눈에 띄어 결말이 수정된 채 지난해 극장용으로 개봉된 이후, 미국의 수많은 평론가들은 이 영화가 페이크 다큐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냈다고 상찬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공포 효과와 영화적 쾌감은 이미 십수 년 전 <블레어위치 프로젝트>에서 검증된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조금도 새로운 영화가 아니다. 물론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페이크 다큐 형식을 이용한 호러장르 안에서 2007년의 <알이씨>(REC) 이후 가장 주목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새로움’ ‘혁명’ ‘전복’과 같은 수사들과 결별해야 마땅하다.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미덕은 오래전 이 장르가 관객에게 전해주었던 섬뜩함과 전율을 명백히, 또한 명쾌하게 복원하고 있다는 데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소름 끼치는 영화에 대해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아쉬움은 결말에 관한 것이다. 스필버그는 한낮 비디오 영화, 혹은 주변부 호러필름 페스티벌에서 몇 번 돌고 사라졌을 이 작고 초라한 영화를 발견하고 시장 위로 끌어올려 대박을 냈다. 영화를 연출한 오렌 펠리는 현재 스필버그의 스태프들과 함께 차기작 <에어리어(AREA) 51>을 촬영중이다. 잘된 일이다. 하지만 스필버그가 수정한 극장판의 결말은 ‘원작보다 훨씬 무섭다’는 익명들의 호들갑과는 달리, 실력 없는 독설가의 치기마냥 힘만 잔뜩 들어가 안쓰러워 보인다. 어떤 형태의 간섭도, 의도적인 시선도 없이 모든 게 그저 기록되고 있다는 데서 오는 영화의 공포를 오히려 깎아내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운이 좋다. 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원작의 엔딩을 확인할 수 있다. 한동안 당신을 잠 못 이루게 만들 이 훌륭한 영화에 관련한 우리의 기억은 반드시 그 장면으로 마침표를 찍어야만 한다. 허지웅 영화 칼럼니스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