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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10년만의 주유소 습격…‘속 편’해도 될까요

등록 2010-01-17 19:10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2’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2’
새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2’




사장님 ‘박영규’ 캐릭터 살리고
조한선 등 새 얼굴로 흥행 도전
세월 건너뛴 웃음코드 약발 의문

주유소 습격조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주유소 습격사건 2>. 원조는 250만 관객을 동원하고 ‘나는 한놈만 조져’ ‘○○○ 습격사건’ 등 유행어를 낳은 1999년 판이다.

1999년 습격 멤버 이성재(노마크), 유오성(무대포), 강성진(딴따라), 유지태(뻬인트)는 2010년 각각 조한선(하이킥), 문원주(들배지기), 정재훈(야부리), 지현우(원펀치)로 바뀌었다. 바뀌지 않은 등장인물은 주유소 사장 박영규. 대박 기대감으로 영화 밑돈을 대어 사장과 공동투자자로 두번 이름을 올렸다. 또 있다. 빨간 잠바 ‘철가방’이던 김수로가 이번에는 카메오로 나온다.

주유소는 제한된 공간. 하지만 폭발성을 가진 기름, 업계·조폭계의 먹이사슬이 있고 끊임없이 차량·운전자들이 들고나면서 사회의 백태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다. 군상이 유전하는 모텔보다 사회의 단면을 더욱 포괄적·역동적으로 잡아낼 수 있다. 10년 전 여기에 착목한 김상진 감독의 눈이 보통이 아니다. 그러기에 버전을 바꿔 한번 더 우려먹어도 될 법하다. 그동안 정권도 바뀌고 감독도 세월만큼 원숙해졌고 영화판도 바뀌지 않았겠는가.

쌈마이들의 주먹질을 중심으로 한 코미디물인 점은 불변. 10년 전 ‘노마크’ 일당한테 주유소를 왕창 털린 박 사장은 그 뒤로도 동네 양아치며 폭주족들에게 뜯겨오다가 더는 못 참겠다며 일당백 4명을 주유원으로 고용한다. 그런데 이들이 기름권총 방향을 틀어 주유소털이범이 되어 버린다. 이게 1999년 판과 관계를 잇고 끊는 구실을 한다. 물론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박영규의 캐릭터는 징글맞게도 똑같다. 카메라의 위치는 엇비슷하다. 주유소 내외부를 이동하면서 외부에서는 역동적이고 실재적인 싸움을, 내부에서는 잔잔하고 희극적인 싸움을 보여준다. 인물들을 종종 내외부로 이동시키면서 사건을 전개하고 톡톡 잔재미를 더하는 게 좀 다르다. 주유소를 벗어난 장면이 몇 차례 있는 게 특징적인데, 요게 참 중요하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2’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2’
‘대박’이라지만 1999년 판은 평가가 엇갈린다. 주유소를 왜 터냐고? 그냥 재미로! 라는 엉뚱한 발상으로 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다는 평가의 다른 편에 헐렁한 구성에 메시지도 없는 졸작이란 평이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2010년 판에서는 제법 탄탄한 구조에다 메시지도 곁들였다. 일종의 수정 증보판인 셈.

“저런 주유소 때문에 이 나라가 잘못 돌아가는 거야. 그러니깐 우리 같은 범죄자가 양산되는 거야! 이런 건 나라가 안 한다면 우리라도 바로잡아야 된다. 악당이 악당 물리치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어?”


주유소에서 경유 대신 휘발유를 넣어주는 통에 탈취 버스가 서버리자 탈옥수 대장 ‘망치’가 하는 말이다.

“이 시끼들 내가 누군 줄 알어? 내가 조중일보의 홍 기자야 임마. 니네 이 새끼들 이딴 식으로 소비자 등쳐먹을 거야? 나두 눈물 많은 서민이라고. 니네 이 새끼들 내 기사 한방이면 인생 아웃이야 아웃.”

주유 중 졸다 깬, 만취 상태의 <조중일보> 기자는 기름이 원래 가득 차 있었는 데 넣은 척한다는 의미로 이렇게 말한다.

이들은 주유소를 떠났다가 중간에 만나서 차를 밀고 돌아오는데, 영화에서 복선을 깔고 사회적인 권위와 가치를 뒤엎어버리면서 이야기를 재밌게 만드는 감초 구실을 한다. ‘망치’를 박상면이, <조중일보> 기자를 엿먹이는 대리운전을 김수로가 맡았으니 두말하면 잔소리.

10년 새 바뀐 웃음코드를 제대로 잡아냈는지는 의문. 조한선, 지현우, 정재훈, 문원주도 1999년 습격조 네 사람처럼 운세가 빵 터질지 지켜볼 일이다. 이름을 한번 더 불러본 것도 그 이유다. 21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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