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500일의 썸머’
새 영화 ‘500일의 썸머’
사랑은 운명이라고? 뻥치지 마.
<500일의 썸머>는 같은 직장 20대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그렇게 말한다. 그럼 뭔데?
카드 회사의 카피라이터 톰(조지프 고든레빗)은 신입 총무직원 서머(조이 데샤넬)한테 콩깍지가 씐다. 자신의 반쪽이란 생각이 든 것. ‘더 스미스’ 밴드의 노래를 계기로 친해져 회사 복사실에서 진한 키스를 하고 잠자리를 같이하면서 ‘서머는 내 여자’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서머는 남친도, 사랑에도 매이기 싫어하며 그때그때 감정에 충실할 뿐이다. 따라서 500일 동안 서머의 애정 포물선은 커다랗게 상승과 하강을 하는 반면, 톰은 서머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탄다. 하늘로 솟구치고, 꺼질 듯 내려 박히고, 빙빙 돌고, 핏줄이 터질 듯 거꾸로 매달리는 것.
영화는 남녀의 동상이몽, 때론 동상동몽을 교직한다. 예를 들어 상승기에 아름답게만 보이던 촉촉한 입술이 하강기에는 구미호의 그것처럼 탐욕스럽게 보이는 것 따위. 애초 ‘더 스미스’를 함께 좋아했다지만 눈이 멀어 보이지 않았을 뿐 그때도 비틀스 노래를 두고 호오가 엇갈렸다. 연애 초기와 연애 중후반 시간대에서 벌어진 비슷한 사안을 토막 내 대비함으로써 오락가락하는 사랑 놀음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특별하지도 않은 사소한 연애담인데도, “맞아, 맞아” 하면서 관객들이 공감하는 것은 교묘한 편집 탓이다.
그래서 사랑은? 급작스런 결혼으로 서머가 퇴사하고 방황 끝에 재취업 면접 대기실에서 ‘오텀’과 마주친 톰이 독백한다. 우연이라고. 하지만 여름 뒤에 가을이 오듯이 사랑은 스스로 그러한 것인지 모른다. 21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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