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 무술대결 따라가며
자연스레 국악 학습하도록 꾸며
자연스레 국악 학습하도록 꾸며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텔레비전 방송에는 국악 프로그램이 있었다. 채널을 돌리다가 보면 가끔 한번씩은 국악 가락이 나오는 화면을 접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공중파에서 국악 프로그램은 자취를 감춰버렸고, 요즘 어린이들은 화면에서조차 국악을 만날 기회가 없이 자란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만화라도 과연 아이들에게 국악을 제대로 알릴 수 있을까? 이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작품이 나왔다. 국내 최초의 국악 학습만화 <아리아리 쿵따쿵>(유쾌한 공작소 글, 윤창원 그림, 여우나무 펴냄·사진)이다. 아이들은커녕 부모들도 낯설어하는 우리 국악을 만화로 풀어내기 위해 <아리아리 쿵따쿵>이 들고 나온 대안은 일본 만화 <드래곤 볼>식 전략. 점점 더 강해지는 ‘대결 구도’ 흐름이다. 주인공이 무술 대회에 나가 적들을 하나하나 물리치면서 실력이 성장하는 식의 익숙하면서도 늘 인기를 끄는 검증된 이야기 구조를 채택한 것이다. 만화 <고스트 바둑왕>이 바둑을 두는 법을 몰라도 마치 무협지를 보듯 바둑 대결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 엄청난 히트를 쳤던 것처럼, 이 만화도 국악을 전혀 몰라도 만화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국악에 대한 지식이 하나하나 늘어나도록 구성했다. 만화는 국악 악기를 무기로 해서 국악 음파로 무공을 펼치는 ‘음파공’ 무림을 무대로 한다.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도깨비 아버지와 사람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요’의 존재 치우. 숲에 버려져 혼자 자란 치우는 어느날 우연히 단소 무공의 달인인 귀여운 소녀 소라를 만나면서 ‘휘모리 파’에 들어가 무공을 배우게 된다. 아직 무공은 형편없고 힘만 센 상태에서 치우는 젊은 국악 무술 유망주들이 실력을 겨루는 청소년 무림 대회에 참가한다. 그리고 실전 속에서 국악의 아름다움을 서서히 깨달아가며 그 아름다움을 무공으로 바꾸는 소질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리아리 쿵따쿵>은 국악 학습 이전에 다양한 재미를 잘 집어넣었다. 그런 재미 속에서 국악과 친해지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무술 집단 이름을 ‘자진모리 파’ ‘꽹과리 파’ 등 국악 용어로 붙였고, 악기의 특성을 무술에 접목해 악기를 본 적이 없는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보여준다. 학습만화 전문 글 작가와 만화가 팀에 국악 전문가가 힘을 보탠 합작품이다.
박일훈 국립국악원장도 최초의 국악만화 등장을 반가워하며 “글로벌 시대 가장 기초적인 교육인 우리 전통문화 교육에 도움이 될 문화 도서”라고 추천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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