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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식객: 김치전쟁’ 양념이 너무 과했나

등록 2010-01-28 09:52수정 2010-01-28 11:54

영화 ‘식객: 김치전쟁’ 장은 역의 김정은.
영화 ‘식객: 김치전쟁’ 장은 역의 김정은.
원작 넘어서려다 설정 과욕
관객들 몰입 방해 감점요인




<식객: 김치전쟁>은 참 많은 것을 담았다. “어머니와 가장 닮은꼴인 김치를 다루고 싶”은 기획자의 포부는 원작인 허영만 만화 <식객> 저 너머를 지향한다. 문제는 그것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

영화의 골격은 ‘김치대회’를 통한 ‘음식남매’ 성찬과 배장은의 대결.

대회는 장은의 말처럼 “밥상의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인 반찬에 머물고 있”는 김치를 세계와 통하는 ‘그 무엇’으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 일주일 간격으로 1~3차 과제가 주어진다.

첫 과제는 ‘백의민족’. 조건은 단 하나, 고추를 쓰지 말라. 장은은 ‘콜라비 나박김치’를 재래식 자염을 써서, 성찬은 전라도 건들김치를 재래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콜라비 나박김치는 전통과 퓨전의 만남을, 건들김치는 아삭아삭 씹히는 맛에 초점을 두면서 전자는 즉석김치, 후자는 숙성김치임이 간과된다.

둘째 과제 ‘아침의 나라’ 역시 두루뭉술하다. ‘황태 해초김치’를 내세운 장은의 지향은 처음처럼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세계인의 입맛에 맞도록 적절한 변화를 주”는 것. “쫀득한 황태살의 감칠맛이 속에 든 김치 맛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대게 김치를 갖고 나온 성찬은 엄마한테 버림받은 쓰라린 상처가 “끝에 쓴맛이 쭉 올라”옴으로써 감점을 당한다.

영화 ‘식객: 김치전쟁’ 성찬 역의 진구.
영화 ‘식객: 김치전쟁’ 성찬 역의 진구.
셋째 과제는 ‘통’(通). 장은이 1, 2차에서 보여준 김치의 세계화. 성찬이 찹쌀로 풀을 쑤고 장은이 미나리, 갓, 쪽파 등을 써는 등의 퍼포먼스를 하지만 종국에 내놓은 것은 ‘일정 기간’ 숙성된 김장 김치. 한 심사위원은 “이런 평범한 김치가 세계인과 통할 김치겠는가” 의아해하고 또다른 위원은 “우리도 잘 모르는 김치를 어떻게 세계에 내놓겠느냐”고 치받는다. 음식남매나 심사위원이나 막판에 엉뚱방뚱 새삼스럽게 김치의 기본은 숙성임을 내세운다.

김치 대회에서 보이는 만화적 설정과 실제 현실과의 충돌은 성찬과 장은이 춘양각을 두고 벌이는 갈등에서도 반복된다. 장은은 엄마 수향이 40년 이상 지켜온 한식 요릿집 춘양각을 싹 쓸어버리겠다는 것이고 성찬은 보존하겠다는 것. 셋째 과제에 앞서, 수향 곁을 지켜온 충절남 자운을 통해 음식남매의 엄마들 정체가 밝혀진다. 귀먹은 성찬의 엄마는 아들을 마냥 버린 엄마가 아닌, 식물인간 상태서도 아들이 오기를 기다렸으며, 장은의 어미 수향 역시 하룻밤 풋사랑으로 장은을 낳은 게 아니었다는 것. 결국 갈등 해소의 매개는 엄마. 3차 대결에서 두 사람이 각각 내세운 ‘엄마의 맛’과 ‘마음을 움직이는 맛’이 합일된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저 소금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모든 음식의 시작이고 끝이지만, 그저 자신의 몸을 녹여 묵묵히 자기 역할만 다할 뿐이지. 어머니들이 자식 대하는 모양과 너무나 같아.” 세계와 통하는 그 무엇이 결국 엄마의 맛이라는 결론. 그 맛이 정의하기 힘든 두루뭉수리인 만큼 혹시 세계와 두루 통할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남북한 문제까지 버무려 넣으면서 영화는 주재료와 양념이 충돌하고 급기야는 배우들의 연기를 돌아볼 겨를을 못 내게 만든다. 28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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