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전우치 감독.
600만 돌파 ‘전우치’ 최동훈 감독
최동훈 감독의 세번째 장편 영화 <전우치>가 지난 주말, 관객 60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초대형 외화 <아바타>의 기세에 눌려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바타> 보러 갔다가 표가 없어 <전우치>를 봤다는 관객들도 있다. 언론과 평단의 반응도 그리 좋지 않았다. <해운대>와 <국가대표>에 쏟아진 호평을 생각하면, 제작진으로서는 충분히 억울할 만한 상황이다. 차기작을 준비하기 위해 곧 외국으로 떠날 예정이라는 최 감독을 최근 서울 강남 ‘영화사 집’ 사무실에서 만났다. 달변으로 알려진 그와의 인터뷰는 말보다 더 많은 쉼표와 말없음표의 연속이었다.
-흥행 결과에 만족하나?
“그냥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흥행이라는 게 뜻대로 되지 않는 거니까.”
-애들이 더 좋아하더라.
“복잡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확실히 어른들을 공략한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의 순수한 재미를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
-언론과 평단은 비판적인 평가가 많았다.
“많았던 건 아니고 반반이었다.”
“영화 세편 만든 감독인데 과거작품과 싸워야 하나?”
얼마 전, 기자는 영화감독들의 술자리에서 최 감독과 첫 대면을 했다. 그의 첫 인사는 “제 영화 씹으신 분이시군요”였다. <전우치>를 재미있게 본 편은 아니지만, 딱히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기자는 당혹했다. 그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최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를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는 게 좋겠다. <전우치>는 속고 속이며 예측을 불허하던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른 지점에 서 있다”는 것이었다.
-제 기사에 상처받았다고 표현했는데 어떤 점이 상처를 줬는지 잘 모르겠더라.
“영화를 무척 안 좋아했구나, 라는 게 느껴졌다. 나는 영화를 세편 만든 감독인데, 그런데도 나의 필모그래피와 싸워야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이야기 구조의 완결성, 치밀한 호흡, 유머와 반전을 고루 쓸 줄 아는 상업영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관객들은 그런 걸 원한 게 아닐까?
“맞다. 하지만 나한텐 전우치가 그렇게 매력적이었다. 전작과 다르다고 뭐라고 하겠구나, 라는 생각은 했다.”
-최 감독의 등장을 한국 영화 모더니즘의 완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 관객들은 여전히 모더니즘을 원하고 있는데, <전우치>는 그걸 해체하고 있다.
“아무도 그 얘길 안 해줬다. 아내(영화 <박쥐>의 안수현 프로듀서)와 얘기하면서 ‘정말 사람들은 그런 것(치밀한 스토리, 통쾌한 반전 등)이 한국 영화에서 주류로서 완벽하게 완성됐다고 생각하지 않나 보다, 정말 상업영화라는 게 뭘까, 내가 했던 방식과 다르게 가고 싶어 하는 작가로서의 욕망을 품는 게 옳은지, 아니면 기존 방식을 더 굳건하게 완성하는 게 좋은 건지’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영화는) 사람들이 원하는 예상치를 내놓지 않고 ‘그냥 (내 길로) 갈래’ 했던 거다. 다음 작품은 확실히 모더니즘으로 다가가고 싶다.”
-새로운 캐릭터를 발견하는 재미도 줄었다.
“울궈먹었다?”
-안주하는 게 아니냐는 거다.
“충분히 이해한다. 이 영화는 촬영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이 영화를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인데, 너무 심하게 전작과 비교한다. 울타리가 너무 세다.”
-성인 오락물을 만들어주던 최 감독에 대한 바람 아닐까?
“<타짜>와는 다른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 지금 말씀 인정한다. 내가 잘하는 걸 계속 해나가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들이 그걸 무척 좋아했었구나, 오히려 지금 그걸 알겠다. <전우치> 끝나고 나니까 ‘너 왜 그랬니. 전작 두편 되게 좋았거든?’”(웃음)
-사기꾼, 도박꾼에 이어 도사까지 했는데, 다음은 뭔가?
“그건 아직. 말하면 누가 쓸까봐.(웃음) 좀 복잡한 범죄물을 해볼까. 이젠 다시 또 어딜 털어야 하나.”
그는 “5년 후에 봐도 ‘괜찮은데’ 하면 좋은 영화고, 10년 후에 봐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면 훌륭한 영화”라며 “5년 후에 <전우치> 블루레이(고화질 디브이디)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의 작가적 욕망과 관객들의 욕망이 행복하게 만나길 기대한다.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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