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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쌍둥이 빌딩 무너져도 꿈의 줄타기는…

등록 2010-02-04 18:00수정 2010-02-04 19:18

영화 ‘맨 온 와이어’
영화 ‘맨 온 와이어’
영화 ‘맨 온 와이어’ 개봉
2001년 9월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이 붕괴됐을 때 미국인들은 울었다. 1967년 첫 삽을 떠 73년에 완공된 그 빌딩은 110층, 411.5m로 당시 세계 최고층이었다. 늘 거기 우뚝한 쌍둥이는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떠받치는 거인형제 같은 존재였다. 미국인들은 해마다 ‘그라운드 제로’에 모여 참사를 떠올린다. 당시의 잔해물은 전국 경찰서, 소방서에 기념 보관하고, 지난해 말에는 그곳 폐철근 7.5t으로 ‘유에스에스(USS) 뉴욕’ 군함을 만들어 띄웠다.

추모 행렬에 영화계가 가담했다. <맨 온 와이어>. 23살 청년이 빌딩 사이에 줄을 걸고 불법곡예를 한 30년 전 사건을 끄집어 올려 쌍둥이의 을씨년스런 기억에 따뜻한 동화를 덧입혔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몫이라는 내용. 경제거품이 빠져 침울한 미국인들에게 희망 메시지가 될 법하다.

“17살 소년이 치과에 가게 됐죠. … 무심코 신문 첫 장을 펼쳤는데 뭔가 엄청난 것이 보였어요. ‘쌍둥이빌딩. 공사가 끝나면 이 건물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될 것이다.’ … 그 페이지를 찢어서 주머니에 넣고선 달려 나왔어요. 한동안 치통으로 고생했지만요. 하지만 꿈을 얻은 기쁨에 비할 수야 없죠.”

소년 곡예사 필리프 프티의 꿈은 세계 최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 쌍둥이 빌딩이 차곡차곡 솟는 동안 소년의 꿈도 자라고 청년으로 성장해 갔다. 노트르담 대성당(1971),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항만철교(1973)는 횡단 예행연습. 그는 공사중인 쌍둥이 빌딩에 잠입해 현장조사를 하고 항공촬영까지 했다.

1974년 8월6일 저녁 필리프 일당은 쌍둥이 타워에 잠입해 밤을 도와 줄을 걸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6시45분. 필리프는 균형봉을 들고 두 빌딩 사이 42m 허공의 가느다란 줄 위로 첫발을 내디뎠다.

“지금이 내 삶의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뭔가 저항할 수 없는, 저항하고 싶지도 않은 무언가가 나를 부르고 있었죠.”

그는 줄 위에서 45분 동안 머물며 때로 눕기도 하면서 사뿐사뿐 남북을 8차례나 오갔다. 아래쪽은 출근시간. 수많은 사람들이 400여m 공중에 떠 있는 그를 지켜보았다. 그 모습, 그 표정은 9·11 테러를 현장에서 목격한 사람들의 경악과 같았다.

<맨 온 와이어>는 프티의 자서전 <나는 구름 위를 걷는다>(2001)를 바탕으로 당시의 기록과 영상, 가담자들의 인터뷰에다 일부 재연을 보탰다. 마이클 나이먼의 음악이 긴장과 이완, 흥분과 고요를 적절히 받쳐줘 지루하지 않다. 선댄스(2008), 아카데미(2009)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27개 상을 받았다. 2월4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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