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키사라기 미키짱>
아이돌 죽음 파헤치는 ‘키사라기 미키짱’
어쩜! 옥탑방 모임의 대화만으로 영화를 만들다니…. 그것도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범죄영화를. 거기에다 웃음까지 버무려 넣다니. 놀라운 <키사라기 미키짱>. 아이돌 스타 키사라기 미키가 자살한 지 1년 되는 날. 5명의 팬카페 열혈 멤버들이 처음으로 옥탑방에 모여 추모 모임을 연다. ‘이에모토’(오구리 슌), ‘스네이크’(고이데 게이스케), ‘오다 유지’(유스케 산타마리아), ‘야스오’(쓰카지 무가), ‘딸기소녀’(가가와 데루유키). 추모 모임은 오다 유지가 미키의 죽음은 자살이 아닐 수 있다는 선언을 하면서 추적 모임으로 바뀐다. 화재 당시의 정황과 광팬 5명의 당시 근황을 맞춰보면서 이들의 신원이 차례차례 밝혀진다. 이에모토는 경찰관, 스네이크는 미키의 단골 팬시점 직원, 오다 유지는 미키의 매니저, 야스오는 어릴 적 남자친구, 딸기소녀는 미키의 아버지였던 것. 5명의 광팬이 닉네임에서 진짜 이름으로, 이름에서 신분으로 넘어가는 것과 함께 미키가 자살하던 날 밤의 정황이 양파 껍질처럼 벗겨지도록 잘 짜인 구성이다. 이와 함께 연예인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다 벌거벗겨진 미키는 다시 ‘만인의 연인’으로 복원되고 주변 인물 5명도 팬의 자리로 돌아간다. 한 장소에서의 이야기를 싫증나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썼다. 숙련된 연기자를 써 등장인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가운데 센스 없는 야스오로 하여금 장면을 끊고 맺도록 한 게 돋보인다. 또 현재 진행 장면과 회상 장면을 적절하게 섞는데, 회상 장면은 멈춤 동작을 끊듯이 움직이도록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했다. 11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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