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발렌타인데이>
새 영화 ‘발렌타인데이’…할리우드식 선물세트
영화 <발렌타인데이>는 데이트용.
짝꿍의 관심이 고픈 초딩, 섹스와 사랑을 혼동하는 10대, 친구와 애인 사이에서 고민하는 20대, 학자금을 갚느라 투잡을 뛰어야 하는 88만원 세대, 휴대전화가 유일한 데이트 상대인 노처녀들, 서로의 정절을 믿어 의심치 않는 노부부 등 다양한 세대. 미식축구 선수, 텔레비전 기자, 성인전화 알바, 여군 장교 등 다양한 직업군. 관객은 등장인물 가운데 자기와 비슷한 또래와 일치시키면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앞뒤 세대의 사랑을 곁눈질하면 지난 일을 추억하거나 다가올 미래를 엿볼 수도 있다. 밸런타인 대목을 겨냥한 교묘한 상품성 시나리오다.
영화의 무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엘에이). 밸런타인데이 즈음에 가장 바쁜 꽃집 총각이 중심인물이다. 그를 중심으로 형성된 세대별 ‘일촌그룹’이 한묶음. 홍보 에이전시 여직원을 축으로 한 노처녀 일촌그룹이 또다른 묶음. 노총각 텔레비전 앵커가 밸런타인데이 하루를 현장 취재하는 형식으로 두 그룹을 엮으면서 24시간 동안 엘에이에서 이뤄지는 사랑을 훑어간다.
아주 촘촘한 씨줄 사이를 카메라가 뻔질나게 오가면서 직조하는 게 여지없는 대형 하트다. 그 시간 여객기 한대가 엘에이를 향해 날아들면서 영화의 모양은 하트에 큐피드의 화살이 박히는 모양새다.
게다가 영화는 엘에이를 향한 게리 마셜 감독의 분홍빛 연애편지 같은 느낌. 디즈니콘서트 홀, 엘에이 꽃시장, 할리우드 거리, 베네치아 운하, 포에버 공동묘지 등 엘에이의 정감 어린 장소들이 등장한다. 줄리아 로버츠, 셜리 매클레인, 앤 해서웨이 등 감독과 인연을 맺은 할리우드 배우들도 총출동했다.
“사랑한다면 허물도 감싸줘야 하잖아요.” “사랑은 발전하는 게 아니야, 순식간에 빠져드는 거지.” “행복한 결혼은 베프와 결혼하는 것.” “사랑을 계획할 수는 없지.” 등 새겨둘 만한 금언도 많이 나온다. 관람 뒤 사랑 고백도 무방할 듯. 15살 이상 관람가. 11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