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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꼴통’ 청소년, 영화감독 되다

등록 2010-02-13 10:33수정 2010-02-13 11:36

‘회오리바람’ 장건재 감독

영화 '회오리바람'을 만든 장건재(33) 감독은 이 영화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과 편집은 물론 제작까지 도맡았다.

장 감독은 연극영화과를 다니며 배우가 되고자 했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는 촬영을 전공했으며, 대학원에서 다시 연출을 공부했다.

그래서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조연으로 출연한 류승완 감독의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박진표 감독의 '그놈 목소리'가 있고, 촬영을 맡거나 직접 연출한 많은 단편과 인디밴드의 뮤직 비디오가 있다.

그리고 첫 장편 '회오리바람'으로 2009년 10월 밴쿠버국제영화제에서 용호상을 받았다. 동아시아의 신인 감독에게 주는 용호상은 앞서 홍상수, 이창동 감독이 받았다.

'회오리바람'이 25일 국내 개봉하는 가운데, 첫 시사회가 열린 10일 저녁 장건재 감독을 만났다.


장 감독은 처음 만든 장편 영화로 큰 상을 받고 첫 극장 개봉을 기다리는 신인 감독치고는 꽤 무심한 듯한 표정이었지만,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할 때만큼은 반짝 생기가 돌았다.

"정말 대단하신 두 감독이 이 상을 먼저 받으셨고, 제가 좋아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이 상으로 시작했더라고요. 그렇다고 저의 시작이 그분들과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부담도 물론 있지만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영화 속, 학교 가기 싫고 여자 친구가 좋은 고등학생 태훈의 이야기는 장 감독의 고등학생 시절 모습 그대로다.

그가 만든 많은 단편 역시 10대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항상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첫 장편은 꼭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야 속이 후련해지고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영화 속 주인공이나 이야기는 실제보다 훨씬 미화됐어요. 저는 훨씬 더 밉상이었고 말썽꾸러기였고 추했거든요. 그래도 이 이야기를 해야 무슨 영화를 하든 좋은 감독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가 영화를 처음 만난 곳은 지금은 없어진 시네마테크 '문화학교 서울'이다. 학구적이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유일한 고등학생이었던 그는 그곳에서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지금 다시 보라고 해도 어려워서 꺼려지는 영화들을 그냥 무작정 봤다.

"전 제가 나쁜 사람이 될 줄 알았어요. 자의식 같은 것도 없었고 한 마디로 '꼴통'이었거든요. 관심 있는 건 여자밖에 없었고 학교 가는 건 지긋지긋하게 싫었어요. 그러다 영화를 만났는데 학교생활과는 다른 기운을 줬어요. 처음으로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때 워낙 공부를 안 해서 깨끗하게 비워져 있던" 그는 대학과 아카데미, 대학원을 거치며 9년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다고 했다.

"학교 다닐 때 하도 맞아서 나중에 커서 고등학교 선생님을 만나면 때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영화 공부하면서 정말 좋은 스승을 만났어요. 삶에 대한 태도가 없으면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없다는 걸 배웠고요. 적어도 저한테는 영화가 삶의 바깥에 있지 않기를 바라요. 그건 액션 영화를 만들더라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자전적인 영화를 만드는 일은 위안이나 만족과 함께 부담이 따르기도 한다.

보통 감독들은 영화와 실제 경험의 관계를 물으면 '살인을 해 봐야 살인 영화를 만드나?'라고 되묻는다. 하지만 장 감독은 둘의 관련성을 애써 부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가 "실제로 벌어지는 삶을 발췌해 붙여 놓은 것처럼 보이길 원했다"고 말했다.

"어차피 제 경험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빙빙 돌려 말할 필요는 없었어요. 자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건 좋은 작업방식이란 생각이 들어요. 경험 없이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요. 물론 당시 만난 여자 친구가 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들었지만."

이제야 집착을 털고 자신의 10대를 고이 보낸다는 장 감독의 다음 작품은 조금 더 자란 20대가 주인공인 로드무비다.

한미희 기자 eoyyi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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