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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마흔살 돌싱, 풋풋 총각을 마음에 담았을 때…

등록 2010-02-17 17:54수정 2010-02-17 21:51

‘피에스 온리 유’
‘피에스 온리 유’
새 영화 ‘피에스 온리 유’
로라 리니-토퍼 그레이스 세대차 넘어선 사랑연기 볼만
마흔살 ‘돌싱’(돌아온 싱글)의 사랑은 어떠할까. 편지의 추신처럼 희미한 첫사랑의 잔상일까, 아니면 사랑의 곡진한 완성일까.

새 영화 <피에스 온리 유>는 불혹 무렵 여성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루이스 해링턴(로라 리니)은 뉴욕 맨해튼 컬럼비아대 미대 입학사무처에서 일하는 서른아홉살 이혼녀. 대학생 때 강사와 제자로 만나 10년 동안 부부로 살았던 피터(가브리엘 번)는 지금도 친구처럼 지낸다. ‘돌싱’의 쓸쓸한 방에 무심하게 걸린 그림 한 점. 20년 전 고딩 때의 첫사랑 스캇 파인스태트가 그려준 것이다. 그런데 그 고딩 남친과 똑같은 이름의 20대 총각(토퍼 그레이스)이 대학원 입학지원서를 보내오면서 까무룩하던 가슴속 불씨가 되살아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고 내일이 오늘과 다르지 않을 마흔 살 돌싱에게 새봄 새 학기는 울고 싶은 계절. 도서관 계단 여기저기 사랑꽃이 핀 캠퍼스에서 홀연히 날아든 입학지원서는 일종의 뺨 때리기다. 그렇다고 엉엉 울 수는 없지 않은가.

“진짜 내가 된 느낌. 그래. 애들 학교나 태워다 주는 그런 나 말고 다른 나. 소녀. 그래, 그거야. 거울을 봤는데 정말 오랜만에 익숙한 내가 보였어. 진짜 내 얼굴 말이야. 누구 엄마의 얼굴 말고.”

고딩 때 쟁탈전 끝에 남친을 빼앗아 갔고 ‘젊은 스캇 파인스태트’를 보고 질투에 사로잡히는 연적 미시(마샤 게이 하든)의 말이긴 하나 다시 뜨거워진 루이스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터이다.

입학 면담 뒤 서둘러 나가는 스캇을 붙잡은 뒤에 나눈 불같은 사랑. 그것은 20년 전 첫사랑에 대한 기억과 마흔살 농염한 여체의 착종. 루이스의 몸은 교통사고로 요절한, 고딩 남친의 엄마쯤의 그것이지만 사랑은 벽에 걸린 그림을 그린 고딩 절친을 향한 것이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20년을 훌쩍 건너뛰어 첫사랑을 완성하지만 젊은 스캇은 콘돔 껍질을 벗기는 데 서툰 현실 속 20대.

“(네가) 여기 온 게 운명 같다고 말했지? 정말일지 몰라. 네 안의 뭔가가 널 내게로 이끌었을지도….”


루이스의 말에 “어떤 남자 때문에 마음이 아팠던 건 이해해요. 하지만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살면서 한 번쯤 겪는 일이에요”라는 스캇의 대답은 오히려 어른스럽다.

다시 벽에 걸린 그림. 그것은 <엄마와 아들>이라는 제목의 추상화. 천재적인 영감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고딩의 추상화가 뭐 그리 대수겠는가. 20년 동안 기억이 더께 앉으면서 만들어진 ‘나만의 명작’이 아니겠는가. 더께를 벗기면 어린애가 물감을 엎질러 놓고 예술이라고 우기는 꼴이 드러날 터. 정녕 마흔 돌싱한테 찾아온 사랑은 ‘없으면 아쉬운’ 추신일 뿐인가.

<피에스 온리 유>는 때리고 부수고, 급하게 전개되는 할리우드 문법과 달리 수채화 풍. 플래시백으로 과거를 넘나들지도 않고 오로지 등장인물의 대화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무너질듯 위태로운 중년의 눈빛을 보여주는 로라 리니, 열정적이면서도 장난기 어린 총각 토퍼 그레이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섹스 중독자임을 고백하는 전남편, 약물 중독을 막 극복한 남동생, 냉소적인 엄마 등 로맨스 영화와 이질적인 주변 인물들의 등장이 영화의 현실감을 높인다. 18살 이상 관람가. 25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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