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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로봇 물고기’ 니들이 고생이 많다

등록 2010-02-21 18:22수정 2010-02-21 18:45

<피라나 2>(1982)
<피라나 2>(1982)




허지웅의 극장뎐 /

4대강 사업 완공 기념행사가 열리는 날 밤 영산강 상류에서 만나 눈이 맞은 철수와 영희는 홀랑 벗고 강에 들어가 음란하고 명랑하며 친환경적인 파티를 벌이는데 때마침 나타난 로봇 물고기가 그들의 발가락에 간질간질 닿기 시작한다. 어머, 이게 바로 그 말로만 듣던 수질오염 감시용 최첨단 로봇 물고기구나. 영희가 관심을 보이는 사이 로봇 물고기가 철수의 손가락을 씹어 먹고, 달아나는 영희의 뒤통수를 향해 날개가 돋아난 로봇 물고기가 날아가 박힌다. 다음날 서울 시민들은 출근 중에 날개 달린 로봇 물고기의 습격을 받고, 청와대는 로봇 물고기가 무언가 오해받고 있다는 성명을 내기에 이르는데.

뭐, 이런 이야기를 구상해보는데 생각해보니 결국 <피라나 2>(1982)의 재탕이라 그만두고 말았다. <피라나 2>는 이래저래 저주받은 영화다. 저 유명한 제임스 캐머런의 데뷔작임에도 감독 스스로 부정하고 무시하는 천덕꾸러기다. 영화 전반을 마음대로 제어하지 못했으니 내 작품이 아니라는 캐머런의 투정 탓인지, 실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마저 <피라나 2>를 의미 없는 괴작으로 속단하고 만다. 그러나 사실 <피라나 2>는 괜찮은 영화다. 속편에 대한 편견 탓에 상대적으로 과대평가 받는 전편보다는 열 배 정도 찰지다. 물론 이 시리즈의 태생 자체가 <죠스> 아류작을 만들고 싶어 했던 로저 코먼 사단의 프랜차이즈지만 어찌됐든 <죠스 2>보다는 <피라나 2>가 낫다.

영화는 바다에 가라앉은 군함을 비추며 시작된다. 그 안에서 산소통을 메고 사랑과 정열을 불태우던 남녀가 괴 물고기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는다. 군함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관광 사업으로 유지되는 작은 섬이 있다. 주인공들은 날개 달린 변종 식인 물고기가 사람을 잡아먹으며, 곧 섬으로 날아와 관광객들을 죽일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후반부로 갈수록 날림으로 편집된 만듦새가 아쉽지만 다양하고 흥미로운 인물들, 특히 강인하고 자립심 강한 여성 캐릭터에서 캐머런의 체온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몇 가지 굉장한 장면들이 존재한다. 바다에서 건져낸 시체를 공시소에 가져다 두었는데 그 가슴팍에 숨어 있던 변종 피라나가 튀어나와 날아다니며 사람을 공격하는 장면은 3년 전에 발표된 <에일리언>의 모사임에도 충분히 볼만하다. 특히 관광객들이 물고기 튀김 파티를 위해 “잡아먹겠다”는 고함을 지르며 해변으로 달려가다가, 바다로부터 날아온 변종 피라나 떼에게 단체로 잡아먹히는 장면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전편을 리메이크한 입체영화 <피라나 3D>가 마침 올해 공개된다. 알렉상드로 아자가 연출했으니 기대해도 되겠다. 비용대비 실효성을 따져볼 때 그 허무맹랑한 상상력이 에스에프영화에 버금가는 250억 원짜리 로봇 물고기 개발 계획으로 옛 영화와 추억을 환기하게 해준 정부에 감사드린다.

허지웅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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