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라지마 시노부(37)
일 여배우 데라지마,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20일 폐막된 제60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일본의 데라지마 시노부(37·사진)가 여우주연상(은곰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권력과 체제에 도전하는 영화를 많이 만들어 일본의 대표적인 사회파 감독으로 불리는 와카마쓰 고지(73)의 반전 영화 <캐터필러>. 일본 배우로서는 세번째 수상이다. 데라지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징병나갔다가 사지와 청각, 목소리를 잃고 귀향한 남편의 부인역을 맡았다. 그는 몸이 부자유하면서도 식욕과 성욕은 잃지 않은 남편을 헌신적으로 돌보면서 이윽고 전쟁에 대한 분노를 깨달아간다. 미국 영화잡지 <스크린>은 남편에 대한 애정과 전쟁의 어리석음을 표현하는 복잡한 성격의 배역에 대해 “감정을 섬세하고 매우 설득력있게 표현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연극 일정 때문에 영화제 참석 이틀 만에 귀국해 오사카에서 수상 소식을 들은 데라지마는 와카마쓰 감독을 통해 소감을 전했다. “일생 보물로 간직하겠다. 언젠가는 모든 나라에서 전쟁이 없어지기를 기원한다. 서로 죽이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아버지는 유명 가부키 배우, 어머니 역시 영화 스타 출신의 가정에서 자란 그는 여성 배우들이 이미지 관리 때문에 출연하기 꺼려하는 정사신이 많은 영화에도 과감하게 도전하고 연극무대에도 자주 서는 성격파 배우로도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영화 <사랑의 유형지>(2007년)로 잘 알려져 있다. 와카마쓰 감독은 1972년 전공투 운동과정에서 무장혁명노선을 내세운 일본의 연합적군 학생들이 훈련도중 동료를 14명이나 살해한 사건을 내부자 시각으로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실록 연합적군-아사마산장에의 여정>로 큰 주목을 받았다. 와카마쓰 감독은 수상작에 대해 “전쟁은 살인이며 희생을 당하는 것은 약한 민중이다. 전쟁강화가 논의되는 일본의 현실에 대해 분노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제작비 마련의 어려움 때문에 와카마쓰 감독은 거의 리허설없이 12일만에 초고속 촬영을 하는 등 악전고투를 했다고 한다. 한편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 영화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일본의 원로 감독 야마다 요지(78)도 <남동생>으로 베를린영화제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